시중은행들이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떨어진 국제신인도를 높이면서 경영을 건실화하기 위해 해외 금융기관과의 합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이 25%가 넘는 합작은행이 이르면 4월중 처음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외환 조흥 상업은행 등 선발 시중은행들이 4월말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 금융기관에 지분의 30∼50%를 넘겨주고 경영에 참가시키는 형태의 제휴 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
외환은행은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합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유치하려는 투자규모는 2억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보유중인 외환은행 주식(지분 47.88%)을 해외 합작파트너에 파는 방식으로 합작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전제, “다만 외환은행 지분의 매각은 금융기관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도 해외 합작을 위해 유럽계 투자은행인 S사를 통해 파트너를 물색중이며 4월말 이전에 투자유치를 완결할 방침이다.
상업은행도 미국계 은행들을 상대로 뜻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처럼 지배적인 대주주가 없는 다른 시중은행은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해외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해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을 모색중이다.
일부 은행은 신주 발행 후 제삼자에 배정할 때 외국 금융기관에 지분을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주가가 액면가 이하여서 가격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합작파트너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해외합작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난달 은행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경영개선 권고조치에 따라 다음달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할 때 해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특히 지난달 주총에서 은행장이 유임된 일부 은행은 최근 정치권의 공공연한 은행장 사퇴압력을 무마하기 위해 은행장이 직접 나서서 이같은 합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외자유치 노력에 비해 외국인들의 반응은 아직 적극적이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4월말까지 합작사실을 발표할 수 있는 은행은 한두군데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합작은행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18.56%의 지분을 보유한 한미은행 한 곳밖에 없다.
〈송평인·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