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당시 고장난 상태에 있던 괌 아가냐공항 착륙 보조시설인 활공각유도장치(글라이드 슬로프·GS)가 순간적으로 작동, 승무원들이 판단 착오를 일으켜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고 직후에 착륙한 컨티넨털항공 B747기 조종사가 “공항의 GS가 고장났는데도 항공기 계기상에는 정상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한 것도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또 사고 직전 기장이 “정말 졸린다”는 말을 남겨 △GS가 순간적으로 오작동하고 △최저안전고도경보시스템(MSAW)이 꺼져 있는 등 부실한 관제장비에 승무원들의 피로가 겹쳐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연방교통안전국(NTSB)이 25일(한국 시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릴 괌사고 청문회에 앞서 24일 공개한 블랙박스 내용 가운데 사고 직전 조종석 녹음기록(CVR)과 비행경로기록장치(DFDR) 분석 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라 청문회에서 대한항공과 아가냐 관제소 간에 치열한 책임공방이 예상된다.
CVR에 따르면 추락한 사고기는 지난해 8월6일 01시 39분 59초(추락 3분전·현지시간)에 GS가 작동중임을 발견했다.
GS는 공항에 접근하는 항공기에 정상착륙을 위해 유지해야 하는 고도를 알려주는 장치로 괌공항은 GS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한달 전에 취항 항공사에 통보, 사고 당시 대한항공기 기장은 아가냐공항의 착륙보조장치를 이용하지 않는 비정밀 접근 착륙을 시도했다.
녹음기록엔 01시 39분 59초에 사고기 기장이 GS가 작동중이라는 기관사의 보고를 받았고 다른 승무원은 “(고장났다던) GS가 왜 나오죠?”라고 반문하는 등 승무원들이 혼선을 겪는 상황이 나타났다.
기장은 다시 01시 41분 46초에 “GS가 작동되지 않나?”고 되묻고 있어 기관사의 보고를 받고 난 뒤 이때까지 GS에 의존해 고도를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 전문가들은 MSAW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승무원들이 순간적으로 오작동한 GS정보를 정상정보로 판단,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