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제네바 4자회담 결산]北 「미군철수」주장 시간끌기

입력 | 1998-03-22 20:53:00


제네바 2차 본회담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모색하기 위한 4자회담은 당분간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게 됐다.

한국 북한 미국 중국의 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 현격한 입장차를 재확인하면서 실질문제를 토의하기 위한 분과위 구성은커녕 차기 3차 본회담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차기 회담을 위해 뉴욕 예비회담의 실무협의 채널을 다시 가동키로 한 사실은 4자회담이 작년 12월 1차 본회담 이전 예비회담 상태로 되돌아갔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담을 하루 연장하면서 북한이 내놓은 카드는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분과위 구성에 동의해주는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의 분과위 토의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과위에서 다룰 토의안건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자 주한미군 철수를 다시 주장해 순서만 바뀌었을 뿐 내용상 입장변화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외교부 부부장은 2차 본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에 응하느냐가 앞으로 회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해 4자회담이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은 한반도 긴장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4자 회담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절대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북한이 고집을 부리는 것은 4자회담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성과없이 끝났다고 해서 4자회담이라는 틀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4자회담에 참여함으로써 ‘평화애호’라는 이미지를 대외에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기존 전략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북―미간 간접 대화채널을 가동하면서 한편으로 4자회담의 틀을 이용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좀더 살펴보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종의 탐색전인 셈이다. 북한 관계자가 “남북대화는 남북한간의 문제”라고 지적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오히려 한국의 새 정부가 남북직접대화에 보다 큰 비중을 두면서 4자 회담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제네바〓김상영특파원〉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