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 대통령으로서는 20년만에, 규모면에서는 가장 많은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6개국을 11일간 순방하기 시작했다.
클린턴대통령은 23일 가나를 시작으로 우간다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를 비롯해 흑인노예 무역의 중심지였던 세네갈의 고레섬을 끝으로 아프리카 방문을 마친 뒤 다음달 1일 워싱턴에 돌아온다.
이번 방문은 미 외교정책에서 아프리카를 피원조 대상에서 경제협력과 발전의 동반자로 격상시키는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미 하원은 클린턴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11일 ‘아프리카 발전기회 부여법’을 통과시켜 경제개혁을 실시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해 아프리카대륙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에 육박하는 한편 미국과의 교역도 94년이후 매년 16.9%씩 늘어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 지난해 미국의 대(對)아프리카 수출액은 62억달러, 아프리카의 대미수출은 1백64억달러였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교역에서 아프리카 대륙이 차지하는 규모는 6.7%로 일본(7.2%) 유럽(30%)에 비해 낮다.
미 국무부의 아프리카 담당 부차관보인 수잔 라이스는 클린턴 대통령의 아프리카방문에 대한 배경설명에서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아프리카’라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방문은 공식수행원만 1백10명, 비공식 수행원을 포함하면 1천명을 넘는 규모여서 첫 방문지인 가나에서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숙박시설이 모자라 법석을 떨었다.
클린턴대통령은 특히 두번째 기착지인 우간다 방문에 중요성을 두고 있다.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대통령은 과감한 경제개방정책을 채택, 해외자본을 유치하면서 고도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
클린턴대통령은 아프리카의 모범 국가들만 방문한다는 비판적 시선을 의식, 르완다를 방문지로 추가하면서 아프리카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미국의 역할이 지속될 것임을 환기시킬 예정이다.
특히 미국내 흑인사회는 클린턴대통령의 이번 순방이 빈곤 기아 질병 등 부정적 이미지로 고정돼 있는 미국사회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