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의 자리 국가안전기획부장. 61년 김종필(金鍾泌)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시작으로 李종찬 현 안기부장까지 서리 또는 직무대리를 합쳐 23명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
이 중 퇴임 후 ‘구속’이라는 수모를 겪은 사람은 모두 9명. ‘센’ 만큼 바람도 ‘세게’ 탄다는 의미일까. 이들이 조사를 받는 태도와 자세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장 당당하게 보였던 사람은 전두환 장세동(張世東) 김재규(金載圭)씨. 이들은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고 자신의 윗사람이나 아랫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처신한 것으로 수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장씨는 ‘5공비리사건’ 등으로 세차례나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장씨는 “모두 나의 책임 하에 이뤄졌다” “나 이외에 더 이상의 배후는 없다”는 식으로 책임을 뒤집어쓰겠다는 태도였다.
김씨 역시 확신범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김씨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한 일”이라며 “나에게 극형을 내리는 대신 나 이외의 사람에게는 극형을 면해달라”고 주장했다.
중앙정보부가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뀐 뒤 초대 안기부장을 지낸 유학성(兪學聖)씨는 ‘12·12 및 5·18사건’으로 구속됐지만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고 진술했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시절 안기부장과 경호실장을 지낸 이현우(李賢雨)씨는 이들과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씨는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3백억원이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에 자진출두해 “노전대통령이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다 남은 돈”이라고 순순히 진술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해소동을 일으킨 전직 최고 정보책임자는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이 처음이다.
〈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