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기도한 권영해(權寧海)전 안기부장의 변호사 오제도(吳制道)씨는 22일 “소환되기 전인 12일 권씨로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얘기를 들었다”며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알려져서는 안될 많은 얘기들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영락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와 기자와 만난 오변호사는 “모든 것을 밝힐 경우 국기(國基)가 흔들리고 국가 전체가 엄청난 회오리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국익(國益)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으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살인가, 아니면 북풍 수사에 대한 시위로 행한 자해인가.
“실제로 죽으려 했던 것 같다. 그는 검찰에 소환되기 전 ‘다 내가 한 일이다. 변명은 해서 무엇하겠는가’라며 모든 것을 뒤집어쓰겠다는 각오로 출두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국가안보와 우국충정에서 한 행동이었다는 그의 생각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수사관들로부터 여러가지 추궁을 받으면서 모멸감을 느꼈던 것 같다. 또 조사가 오전 4,5시까지 계속되면서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 권씨는 병실에서 패장(敗將)은 죽는 것 외에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권씨가 ‘희생양’이란 것은 무슨 의미인가.
“현재 보도되고 있는 대부분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 그렇게 (희생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먼저 철저하게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진실을 밝히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공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엄정한 수사를 위해 검찰이나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고 국가 원로들이나 국회 차원의 특별조사반이 구성되어야 한다.”
―권씨가 털어놨다는 얘기는 무엇인가.
“권씨와 나는 둘다 교회 장로(長老)다. 권씨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가식으로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보도되고 있는 권씨의 자살이 ‘수구세력의 저항’이니 하는 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이대성(李大成)문건’이 조작됐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말인가. 과연 조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쨌든 이번 북풍사건으로 수십년 동안 공들인 국가 정보활동이 일순간에 허물어졌다. 이번 사안은 신중하고 조용하게 처리했어야지 이렇게 다룰 일이 아니었다.”
〈이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