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한파의 엄습 속에 어느 한 분야도 냉해를 입지 않은 곳이 없지만 문화 예술계는 이미 ‘60년대 상황’이 됐다며 한숨이다. 오페라의 경우 48년 처음 공연된 ‘춘희’이후 두번째 오페라로 68년 다시 ‘춘희’가 공연되기까지 50년대와 60년대는 공백기였다. 요즘 오페라 관계자들은 올 상반기중 한 편도 무대에 올릴 계획이 없고 하반기 전망도 어둡자 60년대보다도 어렵다고 하소연이다.
▼음반관련 업계에서도 ‘60년대 상황’이라며 비명이다. 중소 음반 제작자들은 어음 거래로 5대 도매상을 통해 전국 소매점에 음반을 공급해 왔다. 그러나 국도 대일 등 4개업체가 부도를 내자 인기가수 음반은 60년대처럼 현금이 아니면 거래가 안되는 실정이다. 클래식이든 가요든 웬만한 제작자들은 사정이 호전될 때까지 출반을 늦추고 있다. 문화의 정체(停滯)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역시 주요 개봉관의 하루 좌석회전율이 평균 30%대에 그치고 있다.
▼문화계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현실 극복을 위해 한국연극협회 등 예술관련단체와 음반도매업협회 등이 공동출자해 16일부터 발매하는 ‘문화상품권’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91년 발매를 시작한 도서상품권이 ‘품위있는 선물’로 호평을 받아 7년 동안 5천만장(5천원권 기준)이나 팔린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상품권은 적은 액수(5천원권)로도 영화 연극 관람이나 음반구입을 권유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IMF 불면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정신적으로 각박한 삶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절실한 것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한줄기 문화의 샘물이다. 위기에 빠진 문화와 예술을 살려내고 풍요롭게 하는 데 문화상품권이 한몫 기여하기를 바란다.
〈임연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