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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제는 본격 구조조정을

입력 | 1998-03-15 21:42:00


단기외채 상환기간이 순조롭게 연장되고 있는 것은 큰 다행이다. 금융기관 단기외채의 83%가 2년 이상 중기채로 전환되고 기업의 현지금융 가운데 올해 갚아야 할 2백15억달러도 70%가 만기연장되었다는 집계다. 이 추세대로라면 다른 큰 변수가 돌출하지 않는 한 적어도 2년간 원활한 외화수급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재정경제부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급한 불을 끈 것에 불과하다. 단기채의 만기연장 자체가 앞으로의 국가신용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신용도 회복은 정작 이제부터 시작이다. 외국자본의 국내투자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구조조정이 빨리 이어지지 않고는 언제든 다시 외화유동성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한숨 돌렸다고 마음 놓을 때가 아니다. 이제부터 정작 어렵다는 국가경제의 구조조정을 가시적으로 진척시켜야 한다.

구조조정의 궁극 목적은 산업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럼으로써 보란 듯이 외채를 갚아나갈 수 있다면 국제통화기금(IMF)위기는 옛말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성장후퇴와 고실업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투자수익의 해외유출도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우리의 총외채는 1천5백억달러나 된다. 그 이자를 물면서 원금을 줄여나가는 일이 결코 쉬울 리 없다.

그럼에도 반드시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구조조정의 의지와 속도가 국가신용도의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채를 다 갚지 않는 한 언제든 상환압력은 일시에 몰릴 수도 있다. 빚의 형태가 아닌 투자자금은 신용상태에 따라 언제든 빠져나가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떼일 가능성이 없다는 믿음을 유지하는 일이야 말로 외화수급 안정의 필수요건이다. 개혁과 구조조정은 그 믿음을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IMF체제 1백일이 지났는데도 우리의 구조조정은 가시적 성과가 없다. 외국투자가들은 한국이 외채 만기연장에만 안주할 뿐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량감원이 구조조정의 전부인 양 정작 급한 금융개혁과 재벌개편은 방향조차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래가지고는 국가신용도 회복과 외화수급의 구조적 안정을 기약할 수 없다.

정부는 구조조정 특별기획단을 구성해 금융산업의 정비작업을 시작하리라는 보도다. 한계기업 퇴출문제에 관한 정부의지도 거듭 강조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시늉이나 면피용이 아닌 진정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발빠르게 진행시켜야 한다. 그로 인한 고통은 물론 막심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없이 우리 경제가 회생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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