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여성 흡연권.’
독립영화제작단체인 ‘파적’은 15일 오후 2시반경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거리에서 ‘여성흡연권 쟁취를 위한 거리행진대회’를 열었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거리에서 흡연할 수 있음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파적’회원 10여명과 PC통신 천리안 유니텔 아이네트 등을 통해 개최사실을 알게 된 20여명의 대학생과 회사원 등이 참석했다.
남녀가 절반씩 섞인 행렬에서 참가인 전원이 담배를 피워 물고 데이트를 나온 젊은 연인들과 대학생 등에게 ‘담배따위로 여성이 차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내용의 홍보전단 2천여장을 나눠주며 신촌기차역∼신촌로터리 1.5㎞의 거리를 30여분간 행진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사회적 시선’을 감안, 사진기자들의 촬영을 완강히 거절했으나 행진 도중 시민들이 개의치 않은 반응을 보이자 자신을 얻은 듯 사실상 이를 ‘허용’했다.
전단을 받아든 시민들은 다소 의아해 하면서도 세상 많이 달라졌다는 표정이었다.
여대생 허진(許鎭·24·건국대 미술학부 3년)씨는 “여성의 흡연권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의 주장을 옹호했다.
반면 회사원 김성수(金性洙·26)씨는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담배피우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저런 문제를 거리에까지 나와 떠들 필요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신촌역 부근에서 이 행사를 지켜본 한 주부(42)는 “담배를 피우는 여성은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자로 오인받던 때가 있었다. 80년대에 운동권 여대생을 중심으로 흡연이 확산됐지만 이들도 밀폐된 공간에서 피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제 여성의 흡연권을 당당히 주장하며 거리에 나선 걸 보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