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책조정회의는 궁극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개혁의 속도를 빨리 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과거에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면 실무협의를 거듭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 회의를 통해 복잡한 논의단계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강봉균(康奉均)청와대정책기획수석은 회의 구성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 회의는 지시나 보고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경제문제에 대해 자유롭고 소신껏 토론하는 자리”라고 회의성격을 규정했다. 오전10시반부터 시작된 이날 회의는 김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오후1시반 오찬이 끝날 때까지 3시간 동안 주제에 제한없이 난상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요지.
▼김대통령〓개혁은 사활의 문제다. 개혁은 오래 전부터 해야 할 일이었지만 정치권의 태만, 반대세력의 저항과 의지부족으로 하지 못했다.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 정리를 빨리 해서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말만 하고 개혁이 늦다고 비판하고 있다. 타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천이 중요하다. 구조개혁은 대기업이 중요하나 타성과 이해관계 때문에 말로만 하는 경향이 있다. 인센티브를 주어서 기업이 개혁을 하면 이익이 되고 안하면 불이익이 되게해야 한다.정치권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개혁을 저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외신의 비판 도있다.
▼유종근(柳鍾根)대통령경제고문〓국제통화기금(IMF)극복이니 체제니하는 표현은 잘못이다. IMF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경제위기 극복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해야 하고 적대적 인수 합병 제한규정도 철폐해야 한다.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쟁낙오자(정리해고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대기업에 자금지원을 하면 외환위기가 다시 올 수도 있다. 최소한 5대 기업만이라도 자기책임하에 (자금난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적대적 인수 합병에 대한 제약은 빨리 시행령을 만들어 풀어야 한다.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대외적 선언이라도 해야 한다. 재벌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지 지배주주가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해외재산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 리스회사나 보증보험회사 등도 개혁을 빨리 해야 한다.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총재〓금융기관별 총액대출한도액을 5조6천억원으로 늘렸으나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대출을 많이 받아간 기업들에만 또 대출을 해준다고 불평을 하고 있어 시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외국투자가들이 우리의 개혁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고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개혁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대통령〓가능한 일부터 가시적으로 하자. 환율인상으로 오른 물가상승은 불가항력적이지만 중간상들의 유통과정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정부책임이다. 나라가 고통받는 사람들을 걱정해줘야 한다.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강도다. 미국 재무차관도 빠르고 강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안충영(安忠榮)중앙대교수〓벤처기업에 대해 아이디어차원 생산차원 등 다단계로 금융지원을 하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외국인공단으로 특정지역을 지정하는 것도 좋다. 모범사례를 만들어 국제사회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대통령〓대구같은 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염색가공지역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회의내용을 다음 국무회의에 보고하자.
이날 회의에는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 이기호(李起浩)노동부장관 정해주 국무조정실장 김태동(金泰東)청와대경제수석 등 13명이 참석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