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63)

입력 | 1998-03-11 07:31:00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131〉

“정말이지 나한테는 모든 것이 꿈만 같소. 그 고약한 도적들한테 생포되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순간에 너무나도 연약하게 생긴 청년 한 사람이 나타나 나를 구해주었던 일이며, 그 청년이 세상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탈바꿈하여 내 앞에 나타난 것이며, 그 여인이 내 가슴에 사랑의 불을 지펴놓은 것이 말이오. 이 모든 것이 알라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알라의 뜻에 따라 나는 그대와 정식으로 혼인하여 이 왕실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소. 자, 이제 내 사랑을 받아주구려.”

이렇게 말한 왕자는 두 팔로 저의 허리를 감으며 저에게 입맞추려 하였습니다. 그러한 그를 황급히 밀어내며 저는 말했습니다.

“오, 왕자님! 어쩌면 왕자님께서는 알라의 참된 뜻을 오해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알라께서는 왕자님과 저 사이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왜냐하면 오래 전에 저는 이미 어느 분과 사랑을 약속한 몸이니까요. 게다가 알라께서는 저로 하여금 오직 그분만을 사랑할 수 있게끔 창조하셨으니까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순간 왕자는 낯빛이 하얗게 변하면서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오래 전에 이미 누군가 다른 사람과 사랑을 약속했다니, 그렇다면 그대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이미 결혼을 하기라도 했단 말이오?”

“아직 결혼한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분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 저의 몸을 바치지 않겠다고 저는 굳게 맹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분을 찾아 바그다드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하자 왕자의 얼굴에는 고통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후 왕자는 고통에 찬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미 사랑을 약속했다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말하는 왕자의 두 눈에는 가득히 눈물이 고여들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왕자에게 저는 말했습니다.

“오, 왕자님, 저를 너무 원망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저를 동생으로 생각해주십시오.”

제가 이렇게 말했지만 왕자의 귀에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왕자는 절망에 찬 눈물을 흘리며 혼자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오! 차라리 그대가 여자라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차라리 그 포악한 도적들의 손에 죽어버리는 것이 나았을 텐데.”

그후로도 얼마동안 저는 그 왕궁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나 왕자와 저는 예전처럼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지는 못했습니다. 저를 대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듯 왕자는 애써 저를 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밤이 되면 왕자는 저의 방 창문 밖을 서성거리곤 했습니다. 저를 향한 연정을 억누를 길 없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창백한 얼굴로 제 방 창문 앞을 서성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답니다.

“저 가엾은 분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어. 내게는 오빠가 있으니까 말야.”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