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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진흥기금은 「직원전용기금」?…17년근무 퇴직금5억

입력 | 1998-03-11 07:08:00


최근 문예진흥원에서 17년간 근무한 기능직 관리자가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시 손에 쥔 돈은 5억원. 문화관광부에서 34년간 근무한 1급 공무원의 퇴직금이 2억원에 못미치는 것과 비교할 때 경악할 만한 액수다.

문예진흥원 관계자는 “과거의 퇴직금 누진제가 96년 말 바뀌었지만 그전 근속기간에 대해서는 그대로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터무니없는 누진제가 문제됐을 당시 퇴직금 중간정산제 등을 통해 바로잡지 않고 방치해둔 결과다.

문예진흥원은 회관임대수입 약간을 제외하고 운영비(97년 73억원)의 대부분을 문예진흥기금에서 끌어다 쓴다.

새정부출범에 따른 정부부처산하기구 조직개편을 계기로 문예진흥원운영과 문예진흥기금 관리방식에 대폭적인 수술이 가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문예진흥원의 방만한 문예진흥기금 운용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화예술계에서 여러차례 이를 지적하고 있고 국회문화공보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메뉴다. 최근에도 한 공연장에 의해 이 문제가 제기됐다.

문예진흥기금은 영화 연극 등 공연장 입장료에 포함돼 자동 부과된다. 매년 조성되는 기금은 2백억원정도로 지난해말 현재 2천8백47억원. 이 기금의 이자로 지난해 문학 미술 공연예술 영상문화사업 등에 3백77억원이 지원됐다. 이중 3백만원 미만지원이 8백4건으로 총 지원건수의 57%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지원액의 6.1%에 불과하다.

반면 1억원이 넘게 지원된 사업은 모두 22건. 수적으로는 1.6%에 해당되나 지원액은 1백70억원에 달해 전체지원액의 절반이다. 문제는 이들 고액지원사업 대부분이 국가가 부담해야 할 문화사업비라는 데 있다.

문화예술관계자들은 “국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할 사업에 문예진흥기금을 쓰기 때문에 일선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생색내기식 소액다건주의’로는 문화예술진흥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공연장 입장객이 감소하면서 아예 문예진흥기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당수 문화계 인사들은 기금을 ‘금고’화해 운영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금운용방식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문예진흥기금의 운용은 ‘비전문가’ 7명이 담당하고 있다.

문예진흥원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화관광부담당자들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대책마련에는 미온적이다.

문화관광부가 이처럼 ‘약한’처지가 된 것은 곶감 빼먹듯 연간 1백억원이상의 각종 사업비를 기금에서 끌어 쓰고 있는데다 문화관광부출신을 문예진흥원으로 보내는 인사 문제에 관한 ‘원죄’때문이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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