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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행 결산앞두고 자금회수…日진출 한국기업 『걱정태산』

입력 | 1998-02-26 19:42:00


모 재벌그룹 일본현지법인 사장 A씨는 요즘 ‘본업’인 영업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일본계 거래은행을 돌아다니며 만기가 닥친 차입금 상환기간을 한달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읍소하는 것이 일과의 전부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일본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말해주듯이 일본진출 한국기업들은 지금 벼랑끝에 서있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일본 은행들의 자금회수 압력은 한국계 은행에 주로 가해졌다. 그러나 최근 은행에 대한 대출축소가 마무리되면서 종합상사 등 기업이 집중적인 회수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신용도가 높은 몇몇 기업을 빼고 상환기간이 닥친 대출금을 전액 만기연장받는 한국기업은 거의 없다. 신용도가 어정쩡하고 거래은행과 교분이 깊지 못하면 전액상환 압력을 받고 있다. 신규대출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대출기간을 연장받더라도 금리는 높아진다. 종전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에 가산금리 0.35%였던 한국계 A급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는 가산금리가 최저 0.50%로 높아졌다.

한국 본사에 호소해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 본사 역시 ‘내 코가 석자’여서 “현지에서 알아서 조달하시오”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문제는 현재보다 앞으로의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자금회수 압력이 강화되는 것은 한국의 국가신용도가 낮은데도 원인이 있지만 일본 금융기관 역시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일본 은행의 결산은 3월말. 가뜩이나 막대한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일본금융계는 결산을 앞두고 재무제표를 맞추기 위해 채권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기업조차 은행의 대출기피 및 자금회수 압력으로 아우성을 치고 있다. 더욱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8%) 확보 요구가 겹쳐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국계 금융기관 및 기업의 자금난이 심각한데는 이들의 거래은행이 편중된데도 원인이 있다. 한국계 기업은 대부분 도쿄미쓰비시나 후지(富士) 산와(三和) 사쿠라은행 등과 거래해 왔다. 이중 상당수는 최근 무디스사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신용등급을 낮출 정도로 부실채권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기관이나 기업 중 상당수가 3월말까지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3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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