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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새책]「손 큰 할머니의 만두만들기」

입력 | 1998-02-20 19:42:00


아주 아주 손이 큰 할머니가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엄청 많이, 엄청 크게 하는 할머니입니다. 해마다 설날이 다가오면 할머니는 만두를 빚습니다. 아주 아주 맛난 만두, 숲속 동물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아, 한 소쿠리씩 싸 주고도 남아, 일년 내내 냉장고에 꽉꽉 채워 두는 만두를 만들려고 합니다. 할머니 큰 손이 부엌 찬장을 왔다갔다 합니다. 벌써 부엌 문턱에는 어린 동물들이 조르르 와 앉아 참견을 합니다. “할머니, 이번 설날에도 만두 많이 만드실 거죠?” “물론이지. 그래야 다같이 나눠 먹잖니!” 앞치마만 두르면 할머니는 늘 싱글벙글 합니다. 자,이제 시작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김치가 많이 들어가야 맛이 나지”하며 김치를 있는 대로 꺼내 오고, “숙주나물도 넉넉히 들어가야지”하며 숙주나물도 있는 대로 다 삶아 대고, “두부도 그만큼 들어가야지”하며 두부를 있는 대로 다 내놓고, “고기도 양껏 들어가야지. 암, 그렇고말고”하며 냉장고에서 고기를 다 꺼내놓고…. 재미마주에서 펴낸 그림동화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무엇이든 척척 하고 힘도 세고 배짱도 좋고 입담도 좋고 목소리도 크고 사람들 부려먹기 능사인 우리네 손 큰 할머니 이야기다.‘내 짝궁 최영대’의 작가 채인선씨가 쓰고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의 화가 이억배씨가 그렸다. 작가 채씨는 뭐라도 하면 푸짐하게 듬뿍듬뿍 해서 이웃과 다 나눠 먹고 남는 것은 돌아갈 때 손에 들려주는, 그야말로 인정이 철철 넘치는 그런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큰 마음’인 인정은 할머니의 이런 큰 손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혼자 먹기보다는 같이 먹고, 혼자 하기보다는 같이 힘을 모아 하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해지고 평화로워질까요.” 이웃이 점점 멀어지는 요즘 새삼스레 손 큰 할머니가 그립고, 또 그립다. 이런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나면 또 누가 있어 그 넉넉하고 푸근한 사랑을 베풀어 줄까. 만두소를 너무 많이 만들었나? 할머니가 밤을 새우며 동물들과 만두를 빚지만 언덕만큼 솟아오른 만두소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동물들은 점점 입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꾀를 냈습니다. 만두피를 운동장만큼이나 넓고 넓게 깔고, 남아 있는 만두소를 그 안에 몽땅 쏟아부어, 아주 아주 큰 만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 이제 만두가 익어 갑니다. 장작불 위에서 가마솥 안에서 아주 아주 큰 만두가 익어갑니다. 만두가 익어 갈수록 섣달 그믐날 밤도 푹 익어 갑니다. 가마솥에서 만두를 꺼내니, 김이 포르르 나고 맛있는 냄새가 온 사방에 퍼졌습니다. 배고픈 동물들이 한꺼번에 만두로 달려들었습니다. “만두다. 만두. /만두를 먹자.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만두를 먹자. /설날 아침 모두 모여/만두를 먹자.” 설날 아침, 할머니와 동물들은 만두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한살을 더 먹었습니다…. 〈이기우기자〉 [전문가의견] 류재수(일러스트레이터) 손 큰 할머니는 우리 옛 어머니의 넉넉한 마음과 유머, 그리고 손맛을 갖고 있다. 절약으로 이 IMF 시대의 아픔을 견디자는 단선적인 교훈보다는 넉넉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즐기는 이 손 큰 할머니의 여유와 미덕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해주어야 할 ‘한국적 정서’가 아닐까. 글 속에 담긴 즐거움과 순화된 정서에 걸맞게 그림도 잘 조화되어 있다. 그림을 그린 이는 글 속에 없는 작은 ‘사족의 재미’를 추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린이들은 그림의 구석구석에 숨은 여러 동물들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스스로 꾸며가며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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