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한국에 처음 왔을때 1년간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기업문화 차이로 업무추진과정에서 종종 문제가 생겼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직접 경영진에 보고하는 바람에 동료 및 선후배와 갈등을 일으켰다.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솔직한 의견개진이 자유로웠던 미국에서는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한국적 기업풍토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이 일한 성과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연봉제는 기본적으로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이는 직원 스스로가 맡은 분야에서 프로답게 일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상사 눈치나 살피며 자리만 지키는 구태의연한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자기 영역에서 스스로가 책임지고 세부 계획을 세워 최대한 성과를 올려 정당한 평가를 받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내 직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서열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양적 전통이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서양식 방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대목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개인에 대한 책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책임소재가 두루뭉실해짐에 따라 개개인의 능력을 독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의 목표달성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업무성과가 높은 사람이 실적이 떨어지는 사람들까지 무조건 책임지고 감싸야하는 불합리성으로 연결된다. 미국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동산 종합 컨설팅회사인 우리 회사는 도전적인 사업가 정신을 갖춘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봉급수준은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회사의 경우 직원들의 연봉은 크게 기본급과 커미션으로 나뉜다. 기본급은 기본적인 생활비 명목으로 나가는 것이며 커미션은 개개인이 열심히 뛰어 따낸 프로젝트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커미션의 개인 몫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다. 커미션은 평균적으로 총수입의 50% 정도지만 개인적으로는 70%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일한 성과만큼 더 많은 이익이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다. 연봉제를 실시하는 대다수 회사처럼 우리 회사도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매년 연봉협상을 갖는다. 연봉협상과정에서 회사측과 직원들은 업무성과를 놓고 치열한 설전(舌戰)을 벌인다. 이때 사측의 평가를 납득할 수 없는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이에 대해 직업의 불안정성이라는 점을 들어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한 듯하다. 그러나 연봉제 협상을 반드시 불안하게 볼 필요는 없다. 매년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면 연봉 재협상이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최대한 효율을 높여야 한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연봉제 도입 논의가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적 전통 문화가 이같은 서구식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 독창적 제도를 만드느냐는 한국인들의 몫이다. 피애트로 A 도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