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대책위의 기업구조조정 방안은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경제철학, 즉 ‘민주적 시장경제론’을 토대로 해서 만든 정책이다. 김차기대통령은 그동안 “모든 것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남는 기업은 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또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구조를 바로잡고 민주주의와시장경제를동시에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김차기대통령은 “어떤 기업에 대해서도 간섭도, 규제도 하지 않겠다. 기업들도 더 이상 정부 도움으로 기업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 합병(M&A)을 즉시 허용하고 출자총액제한과 의무공개 매수제도를 폐지, 국내외 M&A시장을 완전 자유화한 것도 이같은 김차기대통령의 철학에 바탕을 둔 것이다. 기업들이 ‘먹고 먹히는’ 냉혹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장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결합재무제표도입과 상호지급보증금지, 차입금의존경영청산 등의 조치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스스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혁명적 조치들은 앞으로 또다른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당장 우려되는 것은 대기업들의 경제력집중 문제.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판’역할을 했던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한 것은 외국인의 적대적 M&A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잠식하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 물론 비대위는 앞으로 결합재무제표도입 상호지급보증철폐 등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경제력집중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이다. 또한 자사주 취득한도를 늘려 경영권 방어장치도 마련해놨다는 설명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은 또 그같은 부작용은 새 정부의 지속적인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식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재벌그룹들의 ‘핵심주력업종의 설정’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개혁기조가 계속되는 한 경제력집중 등의 문제점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 강력한 여신정책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