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은 작년 3월 두차례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위기에 의한 ‘제2의 멕시코사태’의 발생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LG경제연구원은 작년 7월 “한국의 통화위기 발생시 통화가치 방어능력은 동남아 국가들보다 열악한 수준에 있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4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그밖에도 유수한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가 이미 작년 초부터 외환위기 도래가능성을 예고하고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수위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작년 3월 ‘최근 금융동향 및 정책청사진’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제2의 멕시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금융시장안정 특별대책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연구원은 또 비슷한 시기에 작성한 ‘97년도 경제전망과 금융외환시장 동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11월 이후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 3월 ‘외환위기의 증후와 처방’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외채가 급증하고 1년미만의 단기외채 비율이 59%나 되는 등 외채구조가 불건전하므로 해외자금이 대량유출되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며 적정외환보유고 유지 및 자본유치 확대 등의 대책을 제안했다. 태국의 외환위기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된 작년 7월 LG경제연구원은 ‘동남아통화위기의 전개방향과 한국의 가능성 진단’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한국도 금융부문의 부실화 정도가 심각해 통화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작년 10월 ‘금융위기에 대한 판단과 대책’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우리 금융시장이 극도의 중병에 시달리고 있어 아직 동남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나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정말 이 때까지도 금융위기를 몰랐을까.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