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아빠는 어디 갔어.” “아빠는 백악관으로 갔지.”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1884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 바람둥이로 소문난 그를 비꼬던 말이다. 제24대 대통령이 된 그가 정식 결혼식을 올린 것은 백악관에 들어간 지 2년 후인 49세 때였다. 29대 워런 하딩,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35대 존 케네디대통령의 염문도 클리블랜드 못지않다. ▼그러나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염문에 시달리는 대통령은 아무래도 현재의 빌 클린턴대통령일 것이다. 제니퍼 플라워스, 샐리 퍼듀 그리고 지금은 폴라 존스라는 여인이 클린턴대통령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플라워스는 플레이 보이지(誌)에 나와 클린턴대통령과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했고 존스는 신체특징까지 들고나섰다. 차마 입에 담기가 민망한 얘기들인데도 아무렇지 않은듯 언론에 오르내린다. ▼존스가 클린턴대통령측에 요구하고 있는 성희롱 손해 배상금은 2백만달러, 약 32억원이다. 클린턴대통령측도 필사적이다. 한때는 그의 법률비용이 1백만달러나 돼 쩔쩔맨다는 보도도 있었고 자신의 도덕적 결백을 강조하기 위해 부인 힐러리여사와 애써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위 체면 명예 같은 것들은 아예 생각지도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미국 현직대통령으로서는 처음 피고인 증언대에 선 클린턴대통령, 옛날에 비해 훨씬 세련된 모습으로 남편과 함께 나타난 존스를 두고 미국 여론은 대체로 클린턴대통령에게 호의적이다. 돈과 유명세를 노리는 존스 쪽의 불순한 동기를 지적하는 분위기가 더 많다. 그러면서도 한 시민이 대통령을 법정으로 불러내 동등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미국 사법제도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남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