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8〉 젊은이가 죽은 것을 보고, 그것도 내 손으로 죽인 걸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나는 그 젊은이를 살려내기 위하여 미친 듯이 그의 팔과 다리를 흔들어보기도 하고, 그의 코와 입에 숨을 불어넣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야속한 젊은이는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랑스런 젊은이를 내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그 무서운 운명 앞에 나는 머리를 두드리고 옷을 쥐어뜯으며 미친 듯이 울부짖었습니다. “우리는 진정 알라의 것, 알라께로 돌아가고자 하는 바이다! 오, 이슬람교도여! 알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점성가들이나 예언자들이 말한 무서운 사십 일 중 남은 것은 단지 하룻밤이었다. 그 하룻밤을 넘기지 못하고 이 아름다운 젊은이는 내 손에 걸려 숙명의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오, 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인가? 수박 따위는 자르려고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오, 한치 앞의 운명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은 얼마나 우매한가? 이 고운 분을 내손으로 죽여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었다면 차라리 자석산에 부딪혀 내가 죽었어야 하는 건데.” 나는 죽어 있는 젊은이의 창백한 뺨을 어루만지고 그 창백한 입술에 입맞추며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울어도 한번 죽은 젊은이는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새벽이 되자 나는 젊은이의 시체를 버려둔 채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계단을 올라간 뒤에는 덮개를 덮고 흙을 채웠습니다. 흙으로 덮개를 덮자 나는 허탈감으로 인하여 몸도 가눌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바다 저 멀리 사십 일 전에 본 그 배가 새벽 안개를 뚫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젊은이가 죽은 것을 알게 되면, 그 살인자가 바로 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저 사람들은 나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말한 나는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겼습니다. 이윽고 배는 섬에 당도했고, 흑인노예들이며 젊은이의 아버지인 그 노인이 배에서 내렸습니다. 뭍으로 올라온 그들은 곧장 지하 홀이 있는 그 장소로 달려왔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은 그런데 덮어놓은 흙이 마르지 않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불길한 예감을 억제할 수가 없는지 서둘러 흙을 파고 덮개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갔는데, 뜻밖에도 젊은이는 죽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목욕을 하여 매끈한 얼굴을 하고, 새 옷을 갈아입은 채 가슴에는 깊이 칼이 꽂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본 일동은 저마다 비명을 지르고 얼굴을 두드리며 울었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살인자를 저주하였습니다. 그러나 젊은이의 죽음을 보고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은 역시 젊은이의 늙은 아버지였습니다. 노인은 갑자기 졸도를 하여 아들과 같은 날에 죽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미친듯이 울부짖던 일동은 이윽고 젊은이의 시체를 옷에 싸 가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지하에서 나온 그들은 더없이 비통한 표정들로 젊은이의 시체를 땅에 누이고 비단 수의를 입혔습니다. 그 뒤를 따라 젊은이의 아버지인 노인이 밖으로 나왔습니다만, 그는 몸도 가누지 못하고 흐느적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