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Vs. 미스터’(또는 ‘주니어 Vs. 시니어’)는 사랑이 넘치는 부부 또는 신뢰가 두터운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작은 이견’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알아보는 난이다. 판정은 동아일보가 ‘±30세대’중에서 선정한 10명의 ‘배심원’이 맡는다.》 ▼엄마생각▼ 큰아들 민석(7·일산 성저초등1년)이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빌었던 소원이 뭔지 아세요. 한해 동안 착한 일 많이 했으니 피아노를 선물로 달라는 것이었어요.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해 낙담한 아이에게 “피아노는 너무 커서 산타 할아버지가 짊어지고 오실 수 없었나 보다”고 일단 달랬지요. 똑같이 8개월 동안 피아노를 배워도 집에 피아노가 있는 애들이 훨씬 빨라요. 우리와 생활수준이 비슷한 집들은 거의 피아노를 갖고 있거든요. 집에서 연습을 하지 못해서 진도가 느린 것 같아 속이 상합니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할 때인 것은 알죠. 하지만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요. 한창 흥미를 느낄 때를 넘겨 피아노를 사줘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두세달 전부터 백화점에 가면 피아노를 사달라고 떼쓰던 아이 생각이 나서 괜히 피아노코너 주변만 맴돌게 됩니다. 2백만∼3백만원 하는 새 피아노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둘째아들 도형(5·유치원)이도 물려받아 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손해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사업을 하는데다 금융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 남편이 집안 돈을 전부 관리하기 때문에 허락없이 피아노를 산다는 건 꿈도 못꾸고…. 남편도 알겠지만 비싼 옷, 비싼 가구 같이 저 좋은 일에 물건욕심 부려본 적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피아노는 사주고 싶네요. 박순희(전업주부/고양시 일산구) ▼아빠생각▼ 남자아이도 피아노 정도는 배워둬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래서 피아노 교습소도 다니게 했지요. 하지만 민석이는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됐습니다. 바이엘 3권을 치고 있는 정도지요. 제가 보기에 민석이는 음악보다는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에 소질이 있습니다. 목돈을 들여 피아노를 사준 뒤 치지 않는다면 아이를 닦달해서 싫은 아이를 붙잡고 피아노 연습을 시키게 되지 않을까요. 전 차라리 우리 아이가 마음껏 운동장에서 공을 찼으면 좋겠어요. 피아노 살 돈이 없어서만은 아닙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카드 할부로라도 못사겠어요. 중고 피아노를 사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저도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 해주고 싶은 아빠죠. 아이 교육에 관심이 적어서도 아닙니다. 아내가 ‘열린학교’를 지향하는 시범초등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하자고 할 때에도 말없이 따랐거든요. 하지만 요즘같은 때일수록 소비생활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죠. 불요불급한 일에 수백만원씩 쓸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정보통신소프트웨어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데 올해 시장전망도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때문에 불투명해요. 매출이 30∼40%는 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관심과 흥미가 얼마나 변덕스러운 것인지 알잖습니까. 앞으로 1년 정도 더 기다려 보고 아이에게 음악적 소질이 보이거나 계속해서 흥미를 느낀다면 피아노선생님과 상의해 피아노 구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아요. 김태완(에이펙인/텔리전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