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 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금융산업부터 정리해고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조기 자금지원에 따른 예고된 수순이다. IMF와 미국은 그간 정리해고제 조기도입과 근로자파견제 입법화 등 노동시장 유연화정책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은 근로자 해고인데 현행 노동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 대량실업을 우려한 정부와 정치권은 「최대한 늦추기」로 대응해왔으나 국가부도 사태 앞에서 결국 전폭 수용하고 말았다. 재정경제원은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에 한해 우선적으로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방안을 금융구조개혁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재경원은 또 금융기관을 제외한 부문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도 앞으로 1년남짓 남은 유예기간을 대폭 단축하기 위해 내년초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한 설득작업이 노동계를 상대로 벌어지고 있다. 정리해고 요건은 당초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경영악화 △조직,작업형태 변경 △신기술도입 등 산업구조조정 △업종전환 등 구체적으로 명시할 방침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는 업종은 금융』이라며 이번 조치가 선진국 요구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미국 시티, 체이스맨해튼 은행 등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사전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들 은행은 인수합병의 전제조건으로 부실채권정리, 인원 대폭감축을 요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도 시티은행 등이 국내 시중은행을 인수할 경우 선진경영기법의 도입, 대외신인도 제고 등을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1월부터 서울, 제일은행 등은 정리해고를 통한 대량감원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이들 은행은 2월중 감자(減資)조치된다. 군살을 뺀 두개 은행은 3월중 미국계 은행에 팔릴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금융기관들과 기업들도 살아남기 차원에서 앞다퉈 정리해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