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한고비를 넘겼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서방선진 7개국(G7) 등이 연말과 내년초 1백억달러의 자금을 앞당겨 지원키로 함에 따라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된 것같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직접지원으로 우리나라의 대외부채에 대한 지급보증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IMF 등의 조기자금지원 배경에는 한국의 외환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고 만의 하나 채무불이행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오게 되면 세계경제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 배경이야 어떻든 이번 조기자금지원은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상환 연장을 유도하고 외국투자가들의 대한(對韓)투자를 부추길 것이다. 앞으로 만기 도래하는 단기외채 상환연장만 순조로워지면 내년 1,2월은 물론 3월 이후의 외환위기도 염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자의 조심스러운 낙관도 이같은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IMF 등의 조기자금지원 대가는 가혹하다. 중요한 것들만 해도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 채권시장 외국인한도 전면폐지, 외국은행 증권사 현지법인 허용, 이자제한법 폐지, 수입선다변화제 철폐, 무역보조금 폐지, 노동시장 전면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 금융 무역시장 등을 앞당겨 완전개방하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냉엄한 시장경제논리가 지배하는 국제경제환경에 맨몸으로 내던져진 격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가 무한경쟁의 개방경제체제에 능동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결과다. 짧은 기간에 혁명적 개혁을 하다 보면 엄청난 부작용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IMF와의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우리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