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진출한 우리 수출업체들이 외환부족으로 한국계 은행에서 무역금융을 받지 못해 일본상사를 통해 외국계 은행에서 무역금융을 받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는 외화위기 상황속에서도 수출을 계속하기 위한 고육책이긴 하나 한국기업의 수출거래선과 거래품목 단가 등 무역비밀이 일본 등 외국기업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홍콩 미국 독일 등에 진출한 한국계 무역상사들에 따르면 최근 한국계 은행들은 외환부족 때문에 수입신용장(L/C)을 받아주지 않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도 한국업체가 제시한 신용장의 취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문에 한국업체들은 주문을 받아놓고도 무역금융을 쓸 수 없어 수출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것. 이에 따라 이달부터 한국 수출업체들이 마루베니(丸紅) 미쓰비시(三菱) 등 일본 종합상사에 자신이 받은 신용장을 제시하고 이들 일본상사의 신용을 이용해 외국은행으로부터 무역금융을 조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홍콩에 나와 있는 A철강회사는 중국으로부터 철강 5천t(1백25만달러)의 연지급 신용장(유전스·만기 90일)을 받고 국내 은행에 제시했으나 취급을 거부당하자 일본종합상사의 신용을 이용해 일본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을 할인받아 수출했다. 또 B전선 홍콩지사도 중국기업으로부터 순동전선 2백t(50만달러)을 주문받고 이를 일본 도멘상사를 통해 외국은행에서 수출금융을 받아 수출했다. 뉴욕에 있는 일부 한국회사도 미쓰이(三井) 미쓰비시 스미토모(住友) 현지법인들에 수수료를 주고 보증을 받아 일본계 은행들로부터 수출대금을 받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 프랑크푸르트의 한 현지법인 관계자는 『한국계 은행은 초우량기업을 제외한 한국기업의 신용장 취급을 중단한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회전을 위해 신용장을 할인받으려 해도 받아주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외환부족으로 부품 등 원자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홍콩·본〓이규민·정동우·김상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