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에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각 계파간 이해가 엇갈리면서 당내에 미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당권장악을 목표로 각 계파가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벌이기 전에 몸을 풀기 시작하는 권력투쟁의 전조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당내에는 계파간 이해관계를 수렴해야 한다는 「지도체제 개편파」와 선(先)단결을 부르짖는 「현상유지파」가 대립하고 있다. 최근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의원, 이기택(李基澤)전의원 등 당지도부와 계파 수장(首長)급 인사들이 잇따라 접촉한 것도 갈등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표면상으로는 내년 3월10일경 열릴 전당대회때까지는 이명예총재가 2선후퇴를 하고 조총재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이들이 지도체제 개편방향에 관해 내비치는 속내는 각양각색이다. 먼저 이명예총재와 그의 측근들은 1천만표에 가까운 득표를 한 것은 다분히 이회창후보의 개인적 인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예총재가 잠시 2선으로 물러서 있는 것도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조총재 이대표 등 당지도부는 물론, 당내 대부분의 세력들은 이명예총재의 당무복귀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조총재와 이대표 등 「현상유지파」는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허주(虛舟·김윤환의원)와 KT(이기택전의원) 등 지도체제 개편파는 복수부총재 혹은 최고위원을 두는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조총재와 이대표도 누가 당권을 주도하느냐의 문제에 이르면 입장이 갈리고 허주와 KT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당관계자들은 말한다. DR(김덕룡의원)진영은 「선단결」을 강조하면서도 대주주들이 주요 사안을 사전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자는 절충론을 제시하고 있다. 양편의 기싸움이 아직은 대선패배의 충격과 허탈감으로 물밑에 잠복한 양상이다. 하지만 구(舊)신한국당과 구 민주당의 조직책 단일화 작업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의원빼가기 등 당안팎의 변수로 인해 머지않아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갈등은 당내 역학구도와 외부 정국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정치 지형(地型) 자체를 바꿔 버릴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