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의 정권인수위원장 내정자가 며칠만에 뒤바뀐 사연은 「DJ이후」의 당내 역학구도와 직결돼 뒷얘기가 무성하다. 그동안 당안팎에서는 후보지원단장이었던 이종찬(李鍾찬)부총재의 인수위원장 내정을 기정사실로 간주해왔다. 김대중(金大中)당선자가 직접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대선에서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할 때 이부총재가 적임자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었다. 특히 이부총재가 인수위 구성에 관한 종합보고서를 김당선자에게 올렸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했다. 이부총재 자신도 오래전부터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인수위원장을 맡아 일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정황이 얽혀 「이종찬위원장설」과 인수위가 차기정권의 기본정책까지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이런 기류는 주초를 고비로 돌변했다. 조세형(趙世衡)총재대행은 21일 김당선자와 독대한 뒤 『인수위는 각부처의 현황파악기능만 갖는 실무기구로 출범시킨다는 게 당선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김당선자는 22일 이부총재를 불러 『인수위를 실무기구로 하겠다. 위원장도 행정경험이 있는 영남출신을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위원장 내정자를 바꾼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총재가 「2인자」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다른 중진들의 깊숙한 「태클」이 들어갔고 결국 김당선자가 분란 소지를 없애려고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당내에서는 「DJ 이후」를 노린 중진들의 신경전이 치열했었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조세형대행과 이종찬부총재,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한광옥(韓光玉)부총재 3인이다. 인수위원장 내정자 교체도 이들 3자간 알력의 산물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당선자도 최근 이런 분위기를 보고받고 측근들에게 『3자간 경쟁이 얼마나 심하냐』고 심각하게 물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금은 모든 당력을 경제위기극복에 투입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표출되지는 않겠지만 집권후 첫인사에서부터 충돌한 차세대그룹의 대결양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큰 관심거리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