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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끝났지만 TV 드라마속의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치드라마 「3김시대」(가제). SBS가 내년 초에 내보낼 예정인 이 드라마는 50년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씨의 정치 입문부터 최근 DJ의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다룬다. 「제1∼3공화국」 「코리아게이트」 「땅」 「거부실록」 등 TV드라마를 통해 한국 정치 사회사를 선굵게 그려온 고석만PD가 연출을 맡았고 「제3공화국」과 라디오 드라마 「격동30년」을 쓴 이영신이 집필한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협력과 투쟁을 거듭하며 현대사를 이끌어온 이른바 3김씨에 초점이 맞춰진다. 고PD는 『3김씨는 지난 40년간에 걸친 한국 현대사의 주인공이자 뿌리』라며 『이들을 제대로 평가해야만 다음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드라마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인물로는 3김씨가 주인공이지만 이들을 통해 때로 뒤틀리면서도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 온 민주주의가 또다른 주인공』이라고 덧붙였다. 첫 장면은 DJ의 대통령 당선 확정이나 치열했던 15대 대통령선거전이 될 것 같다. 기존 정치 드라마들이 시대별로 구분돼 그려졌지만 「3김시대」는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사에 접근한다. 제작진은 수백명의 인물군과 사건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한국현대사」, 정치드라마의 「결정판」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3김씨 외에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철승 김재규 김형욱 이후락 이회창 이인제 등 실명으로 등장하는 인물만 1백여명이 넘는다. 왜 이 시기에 정치드라마일까. 정치드라마는 민주화의 수준을 가늠풉맞 잣대이기도 하다. 「제2공화국」과 「제3공화국」은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후 화해무드가 가득했던 89년과 YS가 집권한 93년에 각각 방영됐다. 정치적 민주화와 권력이양기를 틈타 시청자곁에 다가갔지만 결국 두 드라마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도중하차했다. 「3김시대」의 방영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SBS는 95년 화제를 일으켰던 「모래시계」와 「3김시대」를 같은 날 방영하는 릴레이 편성이나 1월 「모래시계」―3월 「3김시대」로 이어지는 기획 등 여러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드라마 「3김시대」의 출현은 방송가 안팎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김씨를 중심으로 현대사를 되짚는 기획의 부피도 부피거니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명예훼손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누가 3김씨 역할을 맡을지도 관심거리다. 민욱 백윤식(DJ) 이영하(YS) 이정길(JP) 등 그동안 3김씨로 등장했던 연기자들을 중심으로 캐스팅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PD는 『민주화가 진전된 만큼 정치드라마의 입지는 이전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면서 『정치사의 표피보다는 꼼꼼한 고증과 자료를 통해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은 흐름을 잡아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98년 TV는 바야흐로 「정치의 봄」을 보여줄 것인가.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