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간에 우애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위(當爲)다. 그래서 어려서 형제가 싸우면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부모에게 곱으로 야단맞는다. 『형에게 대들면 되느냐』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그러면 쓰느냐』하는 소리와 함께. 그러나 남보다 더한 미묘한 경쟁의식과 애증, 권력다툼이 얽혀있는 것이 형제자매 사이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 사람에게만 부모 애정이 쏟아졌거나 같은 길을 걸으면서 성공과 실패가 엇갈렸을 경우에는. 30일부터 공연되는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는 왕년의 여배우 자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묘한 심리적 화학작용을 성능좋은 투시경으로 들여다보듯 해부한 연극이다. 아버지의 사랑속에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린 것은 동생이 먼저였다. 그런데 뒤늦게 데뷔한 언니가 더 유명해진다. 어느날 언니가 사고로 하반신불구가 되고, 자기탓으로 믿은 동생은 언니 병수발을 위해 배우의 길을 포기한다. 몸은 늙었지만 욕망은 늙지않은 두 자매. 복고풍 바람이 불면서 언니의 옛영화가 TV전파를 타자 질투심에 불타는 동생이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다』며 언니를 학대하기 시작한다. 동생의 광기와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죽음의 공포를 느낀 언니는 『사실 그 사고는 내가 널 죽이려다 잘못해 일어난 것』이라고 고백하는데…. 헨리 패렐의 소설을 정복근이 재창작한 「그 자매에게…」는 이같은 반전에서 밋밋하게 끝내버리지 않았다. 인간 본성과 내면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연출자 한태숙은 미움도 사랑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역설의 심리학을 한방 먹이듯 관객에게 일러준다. 『이제 아무 맛도 없고 미움도 사랑도 없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겠지요. 다만 안전하게요…무덤속처럼…』하는 언니의 독백을 통해. 얄밉도록 이지적이고 우아하지만 가슴 속에 분노와 증오를 감추고 있는 언니 역은 손숙이 맡았다. 춤추고 노래하는 화려한 모습부터 가장 극악스런 포악함까지 「토털 연기」를 보여주는 동생 역은 윤소정이다. 53세의 동갑인 이들은 각기 배우남편(손숙은 김성옥, 윤소정은 오현경)을 두고 「야」 「자」트는 친한 사이지만 한 무대에 서기는 72년 「환상여행」이래 25년만이다. 극중에서 자매의 경쟁은 비극을 불렀으나 극밖의 선의의 라이벌의식은 적절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맞장구친다. 98년 2월1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 토 오후4시 7시반, 일 공휴일 오후3시 6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20―3985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