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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92)

입력 | 1997-12-23 07:58:00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60〉 놋쇠 활과 납 화살을 들고 나는 밖으로 달려나갔습니다. 그 사이에 밖에는 심한 돌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그 돌풍 속을 뚫고 나간 나는 지붕 위에 서 있는 기사를 향하여 활을 쏘았습니다. 화살은 기사의 왼쪽 가슴을 정통으로 맞혔고, 바로 그 순간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하늘과 바다에서부터 울려왔습니다. 그리고 기사는 말에서 떨어져 몇 바퀴 놋쇠 지붕 위를 구르더니 마침내 낭떠러지 절벽 밑을 굴러 바다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기사가 타고 있던 놋쇠 말은 지붕을 굴러 내 발치에 떨어졌습니다. 나는 서둘러 말을 땅에다 묻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파도가 일기 시작하더니 수면이 올라와 산꼭대기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안개 속을 뚫고 조그만 배 한 척이 밀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알라께 감사하였습니다. 배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보니 배에는 놋쇠로 된 사내가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내가 배에 오르자 놋쇠의 사내 역시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노를 저어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놋쇠의 사내는 규칙적인 동작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노를 저었습니다만 지칠 줄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마침내 열흘이 되자 저멀리 평화의 섬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섬을 보자 나는 너무나 기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쳤습니다. 『자비로우신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알라는 전능하도다!』 바로 그 순간, 배가 뒤집히고 나는 바다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일단 한번 뒤집혀버린 배는 바다 밑바닥까지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졸지에 바다에 던져진 나는 필사적으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저만치 보이는 섬은 가도가도 그 자리에 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하여 헤엄을 쳐 겨우 섬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팔과 다리가 마비되고, 허기와 갈증으로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나는 바닷가 모래톱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엎드려 있으려니까 차차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일어나 옷을 벗어 햇볕에 널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밤은 곤히 잤습니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나는 벗어놓았던 옷을 주워입고 섬을 한바퀴 둘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눈 앞에는 잡목 숲이 있었으므로 나는 우선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거기서 사방을 둘러보니 내가 있는 땅은 아주 조그마한 섬으로 사방이 바다와 모래톱뿐이었습니다. 내가 손바닥만한 무인도에 버려졌다는 걸 생각하니 나는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습니다. 『이것이 평화의 섬인가? 정말이지 이건 갈수록 태산이로구나!』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에 배 한 척이 나타나더니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나는 황급히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겼습니다. 나에게로 오고 있는 그 배가 왠지 예사롭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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