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부도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게 된 것을 계기로 전국민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초 중 고생 사이에서도 무턱대고 외제 학용품과 물건을 선호하는 습관을 고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 3학년 교실.
『국산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 손들어 보라』는 담임교사의 말에 손을 든 학생은 5명. 교사 김모씨(35)는 평소 학생들이 외제품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지만 전체 50명 가운데 5명만이 국산품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45명의 학생은 국산 가방을 갖고 다닌다고 손을 든 5명의 급우를 향해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외제 가방을 메고 다니는 현실에 자신들도 놀라는 몸짓을 했다.
필기구도 가방 못지않게 외제 선호가 두드러졌다. 학생들이 꺼내놓은 필기구에는 대부분 뜻모를 일본글자가 새겨져 있었고 3백21개 가운데 외제가 58%인 1백85개. 국산보다 3∼4배 비싼 6백∼8백원씩 하는 일제가 주종을 이뤘다.
청바지 운동화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사의 질문에 외제 청바지를 한 벌 이상씩 갖고 있다고 손을 든 학생이 34명이었고 외제 운동화를 신고 있는 학생은 88%인 44명에 달했다. 7만∼10만원대인 미국산 제품이 대부분.
시계는 차고 있는 학생 25명 가운데 68%인 17명의 것이 외제였다.
이에 대해 서울 강남 K중학교 이윤희(李潤希·14)양은 『주위 친구가 외제 브랜드를 사면 덩달아 사려는 경향이 많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제는 우리들도 품질에 차이가 없는 한 국산을 쓰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D고교 이모군(17)은 『IMF구제금융을 빗대 「아이 엠 에프(나는 에프 학점이다)라는 뜻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내 자신부터 무턱대고 외제 물건을 갖고 싶어하는 생각을 고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강남의 모 고교 홍모교사(28·여)는 『부모가 학용품 등을 사줄 때 자녀가 조르는 대로 사줄 것이 아니라 왜 특정 물건을 가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먼저 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금동근·이명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