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고영복(高永復)명예교수의 변호인인 한승헌(韓勝憲)변호사는 20일 안기부 발표 직후 『안기부의 발표내용이 내가 고교수와의 접견과정에서 전해들은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고교수와는 언제 만났는가. 『구속 직후 가족의 의뢰로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안기부에서 11월 초와 19일 두차례 만났다』 ―고교수가 간첩혐의를 시인하는가. 『수년 전부터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 사실은 인정했다. 대화내용 중에는 우리 시국상황과 전망 등에 관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고교수가 신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간첩활동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고교수는 왜 그런 일을 했다고 말했는가. 『남한이나 북한이나 모두 하나의 조국으로 생각하고 양쪽 모두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북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고 대한민국을 배반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쪽 사람들을 한두번이 아니고 계속적으로 만나온 것에 대해서는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안기부 조사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가. 『조사 중 힘겹거나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던 것 같고 고교수 스스로 수사에 잘 협조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은데다 고혈압 등 지병이 악화해 고생하고 있다』 한변호사는 『안기부가 이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간첩이 수십년동안 활개치고 다니도록 허점을 보인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