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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에 이어 다시 한번 아카데미 작품 감독상에 도전하려는가. 13일(한국시간) 뉴욕 시사회에서 봉인을 뜯은 그의 신작 「아미스타드(우정)」는 19세기초의 실화를 밑그림으로 흑백 인종문제 한가운데를 파고든 정통 역사극이다. 미국의 법제도가 흑인들을 살려낸다는 미국판 「쉰들러 리스트」라는 인상이다. 고색창연한 과거 재연에도 불구하고 짜임새있는 구성과 주제에의 집요한 집착은 그가 흥행을 초월한 의욕을 품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1839년 스페인 노예선 「아미스타드」에서 흑인 싱크(자이몬 혼수)를 주축으로 선상반란이 시작된다. 반란의 성공도 잠시뿐, 그들의 운명을 떠맡은 백인 항해사들은 뱃길을 몰래 미국으로 돌리고 흑인들은 체포된다. 국내 상영중인 「콘택트」의 조연 매튜 매커너히가 흑인들을 돕는 변호사로,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이 흑인해방론자로 나와 이들의 법정 구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러나 재출마를 노리던 당시 대통령 마틴 뷰런은 노예제를 지지하는 남부와 스페인여왕의 후원을 얻으려고 판결에 대항한다. 괴팍한 흑인해방론자 존 애덤스(앤서니 홉킨스)가 이에 맞서고…. 스필버그는 자신의 작품을 명배우들의 그림자에서 독립시키기 위해 아프리카까지 날아가 주연을 뽑았다. 무명 중의 무명, 토종 아프리카인 자이몬 혼수. 스필버그는 캐스팅 비용과 아울러 시대풍경 재연에서도 경비절약을 꾀했다. 페달 없는 자전거, 박쥐 망토, 하얀 범선 등 어느것 하나 고증을 소홀히 한 게 없다. 그러나 건물이나 거리를 단 한번도 조감(鳥瞰)으로 잡지 않은 것은 세트 전체의 규모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제작비는 할리우드 영화치고는 싸다고 할 수 있는 4천2백만달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예들에 대한 처참한 선상 체벌과 산채로 수장(水葬)하는 사실(史實) 재연은 흑인들의 좌절감을 역력하게 드러냈다. 재판이 절정에 달할 즈음, 겨우 영어 한토막을 익힌 흑인 하나가 서투르게 말한다. 『기브 앗스 프리(우리에게 자유를)』 시사회장에는 흑인 여기자들의 조용한 흐느낌이 지나갔다. 톰바(손북) 두드리는 맑은 음계 속에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한 흑인 소년들의 깨끗한 영가 합창이 살육과 증오와 음모가 오가는 역사를 괴롭게 되새김질하게 만든 것이다. 작품은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졌지만 스필버그에겐 장외 싸움이 남아있다. 같은 겨울시즌 흥행대작 「타이타닉」 「에이리언4」 「007 터모로 네버다이」와의 대결이 그 하나. 『내 작품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작가 바라라 체이스―리보와의 법정공방이 다른 하나다. 〈뉴욕〓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