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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TV감시 나섰다…송파구 모니터모임 보고서 펴내

입력 | 1997-11-17 07:52:00


할머니들이 TV 감시 활동에 나섰다. 서울 송파구 노인종합복지관의 노인방송 모니터 모임은 7월 중순부터 1주일에 한번씩 TV 프로를 꼼꼼히 살펴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보고서는 6차례. 물론 미디어 교육론이나 효과 등 미디어 전문용어는 쓰지 않지만 이 가운데는 충분한 교육을 받은 어떤 모니터들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노인의 입장이 담겨 있는 것도 많다. 노인 프로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 현실도 문제이지만 프로 곳곳에서 노인을 왜곡하는 장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방송 모니터모임에서 활동하는 할머니들은 이묘재(67) 이연옥(67) 주복희(63) 김화옥씨(63) 등 10여명. 모두 60세 이상의 할머니들로 『노인이 방송의 약자라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우리 활동의 뜻은 가족과 미래를 위한 미디어 감시』라고 입을 모은다. 이묘재 할머니는 『몰랐던 TV속 세계를 알게 되면서 TV를 찬찬히 따져 보는 게 가치가 있다』며 『TV 앞에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TV 따져보기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모니터한 프로는 SBS 「젊은 인생」 MBC「여자를 말한다―황혼의 그림자」 등 노인관련 프로를 비롯, KBS「세계는 지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우리가족 만세」 까지 폭넓다. 이들은 또 모니터 활동 자체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한다. 한예로 「세계는 지금」을 모니터하면서 세계 각국의 상식을 풍부하게 쌓을 수 있는 한편 손자나 손녀 숙제를 도와줄 수도 있다고. 노인방송 모니터모임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프로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3대가 함께 볼만한 프로가 없어 가족 구성원 가운데 채널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 노인들은 수동적 시청자가 될 수밖에 없고 대화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옴부즈맨 프로 등을 통해 모니터 결과를 프로에 반영시킬 계획이며 전문적인 시청자 교육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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