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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57)

입력 | 1997-11-17 07:52:00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25〉 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문득 지난 밤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음침한 지하 계단을 통하여 무덤 속으로 내려가던 여자와 사촌의 뒷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쳤습니다. 『알라 이외에 신 없고 주권 없도다! 어젯밤 내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질러버린 것일까?』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내가 한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때늦은 후회였습니다. 나는 혹시 내가 꿈을 꾼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어젯밤 일이 현실 같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사촌의 소식을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사촌의 행방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지난 밤의 일이 꿈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몹시 당황하여 허겁지겁 묘지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묘지에는 비슷비슷한 묘석들이 무수히 서 있어서 어느 것이 어젯밤의 그 묘석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황한 나는 매장소에서 매장소로, 묘석에서 묘석으로 미친 듯이 찾아 헤맸습니다만 헛수고였습니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자 나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도성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나는 도무지 음식이 목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도 잘 수 없었습니다. 행방을 알 수 없는 사촌의 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튿날 나는 다시 묘지를 찾아갔습니다. 그 날도 나는 묘지란 묘지는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녔습니다만 내가 찾는 그 묘는 도무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오, 알라시여! 사촌의 그 엉뚱한 장난을 시키는 대로 한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해주시고, 제발 저의 눈에 그 묘가 띄게 하여주십시오』 묘지 사이를 누비고 돌아다니며 나는 이렇게 소리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다시 날이 저물었으므로 나는 비탄에 찬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습니다.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묘지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번번이 길을 잃어버리면서 절망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극심한 양심의 가책으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꼬박 이레 동안 묘를 찾아 헤매던 나는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만이 그 슬픔과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여드레째 되는 날 백부님의 도성을 떠나 고향으로의 여행에 올랐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전에서도 그 다정했던 사촌의 모습은 내 뇌리에서 떠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 그리운 사촌을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이제 다시는 백부님 나라로 갈 수도 없다는 생각을 하자 나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회한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머리 속은 풀릴 길 없는 의문들로 가득 찼습니다. 일국의 왕자인 사촌이 왜 스스로 지하 무덤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을까, 사촌과 함께 무덤속으로 들어간 그 여자는 대체 누구였을까 하는 등속이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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