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융기관 등이 주목해온 금융개혁법률안의 입법이 정당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개혁 입법이 끝내 불발할 경우 해외 금융시장 등에서의 국가신뢰도 추락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 심화가 우려된다.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과 자민련 이태섭(李台燮)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심의중인 13개 금융개혁 관련법안 중 11개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되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 설치에 관한 법률안은 전면 보류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신한국당 차수명(車秀明)재경위간사는 이날 『금융감독기구 통폐합과 한은법 개정안은 모든 금융개혁법안의 전제이자 핵심적인 법안』이라며 13개 법안의 일괄처리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표결로 가더라도 법안 일괄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당초 재경위 소위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상임위 표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기존 금융감독기관들의 반발을 우려,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개혁관련 법안은 재경위 소위가 국회 상임위 마지막날인 15일까지 재경위에 상정하지 못할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사실상 폐기된다. 한편 재정경제원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11개 법안은 모두 금융감독기구 통합과 한은법 개정을 전제로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2개 법안의 전면 보류는 금융개혁법안 전체를 무산시키는 것』이라며 11개 법안만의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 겸 재경원장관은 12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를 면담, 개혁법안의 일괄처리를 호소하기로 했다. 재경원은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금융안정 후속대책의 실효성이 크게 줄어들고 내년부터 시작될 금융개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당간은 물론이고 한은 및 은행감독원 등 3개 감독원의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 금융개혁법안의 입법에 올 1월부터 매달려 다른 경제현안 대응을 소홀히 한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금융개혁법안 통과를 경제의 만병통치약인 양 과대포장, 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임규진·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