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집에서 나서 집에서 살다가 집에서 죽는다. 집은 일생의 삶을 담는 성소로서 사람이 지상에 안주하고 재창조의 힘을 얻는 필수적인 공간이며 인간존재의 실체적 표현체이다. 집은 주인을 닮고 주인은 살아가면서 그 집을 닮아간다. 즉 집은 그 사람의 인격체이며 소우주(小宇宙)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집을 누가 함부로 지을 수 있을까. 경기 광주군 퇴촌은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는 시골이다. 이곳으로 가는 길에는 도시로부터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잘 펼쳐져 있다. 마치 젊었을 때 요란하던 열정과 패기가 나이와 함께 여유와 한가로움으로 변해가는 인생의 여정과도 같이. 퇴촌 전원주택에는 이러한 여정의 흔적인 작은 길이 현관으로부터 집의 중심공간인 거실로 들어가는 작은 복도에 남아 있다. 이 주택은 산으로 둘러싸인 수려한 풍광, 마르지 않는 작은 계곡과 함께 앞으로 멀리 산이 보이는 산중턱에 자리잡았다. 집주인은 이곳을 아껴 수년간 터에 공만 들이고 정작 좋은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 나와 인연이 닿았다. 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대목은 북사면인 관계로 북측의 전망과 남측의 양광을 한꺼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건물을 북쪽으로 앉혀 남측을 주정원으로 하고 거실을 남북으로 탁 트이게 해 자연경관이 한 눈에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집터의 입지 특성상 자연과의 동화, 아파트와 같은 도시공동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전원주택으로서의 개성, 인간척도에 의한 편안함과 친숙함 등에 초점을 두었다. 거실을 중심으로 내부가 단절없이 하나로 흐르게 하는 한편 2층까지 통하는 대공간을 주고 천창을 통한 자연조명으로 공간효과를 높였다. 또 거실이 2층과 부드러운 관계를 갖고 대청마루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바닥높이를 높였다. 집주인과의 협의과정에서 채택한 안방이 2층이 되고 작은 다실을 갖게 되는 구조는 매우 독특하고 이집에 잘 어울리는 구조가 됐다. 구조와 재료를 모두 목재로 하면서 주위 경관과 동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40평의 작은 주택이지만 방들이 정원을 사이에 두고 서로 대화하고, 방안에서 지붕도 보고 거실도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퇴촌 전원주택은 바로 집안에서 내집을 보면서 살아가는 집, 집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는 집, 주위 수목과 동네인심이 사는 사람과 하나가 되는 집이다. 심재억 ▼약력 △서울대 건축과 대학원 졸 △아키프랜 아람광장 한울건축 근무 △중앙대 출강 02―515―4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