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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홍은택/미국속의 「두 얼굴 중국」

입력 | 1997-11-02 19:48:00


지난달 28일부터 6일간 미국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중국주석 주위에는 경호원들과 함께 또하나 일단의 사람들이 그림자처럼 따랐다. 중국의 인권상황에 항의하는 미국 인권단체 회원들이다. 장주석이 진주만 필라델피아독립궁 뉴욕증권시장 백악관 등을 찾을 때마다 이들은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정부 지도자는 민주주의의 기념지를 방문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다. 버지니아주지사 조지 앨런은 장주석 환영 오찬에서 연설하겠다고 약속한 뒤 갑자기 『선거 때문에 바쁘다』며 불참했다. 뉴욕방문시에는 지울리아니 시장마저 만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의도적」인 외교적 결례였다. 미국내 반중(反中)세력들은 장주석이 클린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날 하원 국제위원회에서 중국의 재야지도자 해리 우를 불러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1일 하버드대 강연장에서는 등에 「티베트 자유」라고 적힌 옷을 입은 2명의 학생이 강연내내 돌아서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74년 핑퐁외교로 죽의 장막이 열린 이후 중국은 인권문제를 이유로 관계를 끊기 어려울 만큼 평범한 미국인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중국제 신발을 신고 하루를 시작해 중국제 접시로 식사를 하고 중국제 장난감을 갖고 놀다 중국제 잠옷을 입고 하루를 마감하는 미국인들도 적지 않다. 미국은 엄청난 대중(對中) 무역적자에 불만이지만 사실 값싼 중국제품 덕분에 생활비를 줄이는 측면도 있다. 미국 노인들의 이해관계는 더 밀접하다. 은퇴연금을 포함, 중국에 투자한 미국의 돈이 올해 1.4분기에만 69억달러에 이르러 중국이 잘돼야 매달 연금을 더 탈 수 있다. 이제 최대 곡물수입국이 돼가는 중국의 구매결정에 미국 농부들의 운명이 달려있기도 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도 말은 쉽지만 평균적인 미국인들이 다른 나라의 인권을 위해 자신의 생활을 희생할 각오를 하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으로 양국관계는 얽혀들어가고 있다. 홍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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