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韓日) 양국은 개림호 나포사건을 둘러싼 외교분쟁의 와중에서 3,4일 도쿄(東京)에서 제3차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회담을 개최한다. 비공식 어업실무자회의의 취소라는 한국측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은 한국측이 희망한 EEZ회담을 여는데 동의했다. 한손으론 때리고 다른손으론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일본의 화전(和戰)양면전술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관심사는 회담에서 양국이 개림호사건 해결을 위한 「탐색전」을 벌일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우선 급한 불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직선기선에 의한 신영해 침범 혐의를 적용,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개림호선장 이몽구(李夢九·41)씨를 즉각 석방토록 최대한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더욱 고심하는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지난 7월의 양국 외무장관간 「콸라룸푸르합의」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다. 당시 한국은 이러한 양국간 양해사항에 따라 중단했던 어업협상을 재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측의 약속위반(개림호나포와 선장의 검찰송치)으로 「콸라룸푸르합의」는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어업협상 재개를 위한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려면 무엇보다 일본이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보다 철저히 보장하는 새로운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하나는 일본측이 한국측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또다시 직선기선에 의한 영해의 기정사실화를 기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가 부처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개림호선장의 검찰송치를 강행한 것은 직선기선 영해에 대한 일본내의 강경기류를 충분히 읽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의 일방적 직선기선에 의한 신영해 설정은 명백한 한일어업협정 위반이며 유엔해양법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일본측의 어선나포 기도를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일본근해에서 한국어선의 안전조업을 위해 어업지도선 3,4척을 계속 조업현장에 배치하는 등의 보호활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