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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인성교육 위주-입시중시』 교육정책 논란

입력 | 1997-10-29 08:11:00


전국 수험생 43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수능시험에서 대구지역 고3학생들의 성적이 전국 6대도시중 최상위권이라는 결과가 나온 27일 대구시교육청은 잔칫집과 같은 분위기였다. 『김연철(金演哲)교육감이 앞장서서 펴온 「학력신장 위주의 교육정책」이 결실을 맺은 당연한 결과』라는 교육청 간부들의 자화자찬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일선교사 등 대구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구교육청의 이런 태도에 대해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대구교육청이 「서울대 많이 보내기」라는 맹목적인 진학지도 방침으로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교육감의 「학력드라이브 정책」으로 대부분의 지역 인문계 학생들은 수험준비를 위한 기계적인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서울대 합격자수가 곧 명문고의 척도」가 되면서 대구시내 상당수 교사들이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자율수업 감독과 보충수업 등에 시달리는 등 입시전쟁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것. 지난 24일 영진고 서울대진학반인 심화반에서 야간보충수업중 김정민군(17)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구교육청의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김군의 사인은 입시준비에 따른 스트레스와 과로로 추정되고 있다. 교사들은 『이번 사건은 「예견된 인재(人災)」이며 수업중 제2,제3의 돌연사가 어느 학교에서 터질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실제로 대구시내 인문계고교의 경우 학생들은 오전8시에 등교, 오후4시까지 정규수업을 마치고 6시부터 사실상의 우열반(심화 중간 기초반)으로 학급을 나눠 별도의 야간 보충수업을 매일 1시간씩 받고 있다. 여기에다 밤11시반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또 한다. 학교에서만 하루 평균 12∼13시간 가량 책과 씨름하는 셈. 대구 K고교 이모교사(42)는 『일부 학생들을 위해 대다수 학생들이 「교육다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고비용 저효율」교육구조의 폐해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일선교사들은 이런 풍토에서 학생들의 인성을 키우고 창의적이고 개성있는 교육을 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과외비 부담을 덜고 원하는 대학에 자녀들을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은 문제될 게 없고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김교육감은 지난 6월 제2대 민선교육감으로 재선된 이후 학력지상주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모든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인성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학력위주의 교육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대구교육청이 학생들을 「수험기계」로 만드는 교육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대구지역 각급 학교의 부교재 채택료 수수비리 △학원폭력 등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와 부조리의 해결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단언했다. 〈대구〓정용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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