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감독의 「X파일」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역대 최약체로 꼽혔던 98월드컵축구대표팀이 예상을 뒤엎고 무패의 전적으로 사실상 월드컵 4회 연속 진출을 이룬 원동력중의 하나가 차감독의 노트북에 담긴 「X파일」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차감독이 자신의 분신처럼 항상 끼고 다니는 686급 노트북 컴퓨터. 이 안에는 축구에 대한 자료가 빼곡히담겨있다. 차감독은 20일 노트북 구입회사로부터 애프터서비스를 받았는데 이를 점검한 기술자가 『프로그램을 이처럼 완벽하게 소화한 이용자는 처음』이라고 놀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담겨 있다. 「X파일」의 내용은 △훈련 프로그램 △선수 평가 △상대팀 전술 △경기 평가 △기타 사항들로 크게 분류된다. 훈련 프로그램에는 장단기 훈련 내용이 날짜별로 세밀하게 들어 있는데 1월7일 차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부터 11월9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원정경기까지 훈련 내용이 짜여 있다. 선수 기용의 토대가 되는 선수 평가 목록은 「X파일」중에서도 가장 극비. 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성적과 이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기 때문에 차감독은 부인에게도 공개를 꺼릴 정도. 경기장 그림에 선수들의 움직임이 표시되어 있는 목록은 상대팀 전술에 관한 것이며 대표팀이 치른 경기에 대한 평가가 별도의 목록으로 파일에 담겨 있다. 기타 사항에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차감독이 느꼈던 점이나 감상 등을 적어 놓았다. 89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의 현역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던 차감독이 노트북을 구입한 것은 92년 현대축구단 감독 시절. 지도자로 나선지 2년째되는 그 해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자료와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친척이나 회사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노트북 사용법을 익히기 시작한 그는 6년만에 「컴도사」로 발돋움했다. 차감독은 『인터넷을 뒤져봐도 축구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인터넷보다는 내 스스로 자료를 만들고 관리하는 편』이라며 『이제 노트북 없는 나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