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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32)

입력 | 1997-10-22 07:41:00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58〉 비명 소리에 놀라 왕은 달려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왕비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고 왕자는 시퍼런 칼을 든 채 서 있는 게 아닌가. 『얘, 아들아,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러자 왕자는 말했다. 『오, 아버님, 아버님께서는 저에게, 「너는 참 기막힌 칼을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아직 전쟁터에 나간 적도 없거니와 사람의 목을 벤 적도 없다. 사람의 목을 벨 일이 아니라면 왜 그런 걸 가지고 다니느냐?」하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베어야할 목이라면 기필코 베어 보여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마침내 베어야할 목을 베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난 왕자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반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과연 그의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파티마의 시체를 조사해보았는데, 파티마는 죽으면서까지 그 반지를 한 손에 꼬옥 움켜쥐고 있었다. 왕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파티마의 손에 든 반지를 뺏어 자신의 손가락에 끼었다. 그리고는 감동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 장하다, 내 아들아! 네가 이 사악한 계집을 베어 나를 구원해주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로, 알라께서도 너를 보살펴주시기를!』 이렇게 말하고난 왕은 소리높여 신하들을 불렀다. 신하들은 급히 달려왔고, 그러한 그들에게 왕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런 다음, 그 사악한 파티마의 시체를 어디다 치우라고 명령했다. 이튿날 아침 왕은 파티마의 시체를 수의에 싸서 묻어주라고 명령했다. 이리하여 평생을 두고 남편을 괴롭혀왔던 악처 파티마는 멀리 카이로에서 왔다가 끝내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후 마루프는 그의 옛 고향 친구 아리를 불러 내무대신으로 책봉했다. 아리는 비록 통이 큰 사람은 못되지만 매사에 신중하고 정직하여 대신으로 적임자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왕은 또, 일찍이 도망길에서 만나 음식을 대접받은 바 있는 그 착한 농부를 불러 고문관으로 제수하였다. 그에게는 마침 뛰어나게 기품이 있고 고귀한 성품을 가진 스무 살 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왕은 그 처녀를 왕비로 맞이하였다. 그리고는 몇 년이 흘러 왕자가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하자 왕은 내무대신 아리의 더없이 아름다운 딸을 며느리로 맞았다. 악처에게 쫓겨 멀리 카이로에서 도망을 와 마침내 일국의 왕이 되었던 마루프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이 세상의 온갖 환희를 다하고, 만백성들의 존경을 받으며 천수를 다할 때까지 살다가 마침내 알라의 부름을 받아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사람들은 몹시 슬퍼하며 그 시체를 두냐 공주의 무덤 옆에다 묻어주었다. 사랑하는 나의 독자들이여, 나는 지금까지 샤라자드가 샤리야르 왕에게 들려준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물론 이야기도 재미있었겠지만 다음에 드리고자하는 이상한 사람들의 기이한 신세 이야기들처럼 재미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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