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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증시」객장 한숨만…『정치권이 다 망쳤다』원성

입력 | 1997-10-17 20:11:00


종합주가지수가 570대로 무너진 다음날인 17일 증권회사 객장은 「백약이 무효」라는 자포자기 심리가 투자자들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침 일찍부터 객장을 찾은 투자자들은 증권사 직원들에게 항의할 힘조차 없이 시세 전광판만 넋나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증권빌딩내 한 증권사 객장에서 전광판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던 K씨(59·여)는 『92년 주가 500선이 무너졌을 때는 그래도 곧 반등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이번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번 주가폭락은 대기업 연쇄부도와 비자금 공방까지 겹쳐 회복의 기미는커녕 공황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대통령이 대책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반기는 기색보다는 못믿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D증권 명동지점 K과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감이 극도에 달해 단골 고객들에게 말도 못붙이는 형편』이라며 침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들어서도 주가 반등세에 힘이 실리지 않자 투자자들은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서울 압구정동 H증권 객장에 있던 K씨(53)는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정치인들은 대권놀음만 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여의도 D증권사 객장에서 만난 H씨(49)도 『주식시장이 고개를 들려는 순간 비자금파문이 터져나와 다 망쳐버렸다』며 정치권에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H증권 강남역지점 S차장은 『증권맨들 사이에 정치권의 K씨, 재계의 K씨만 물러나면 주가가 최소한 50∼1백포인트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증시침체가 몇달간 계속되면서 불법으로 고객들 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증권회사 직원들이 잠적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모 증권사 명동지점 차장급 직원은 고객계좌에 대규모 손실을 낸 뒤 최근 가족과 함께 해외로 도피했으며 이 증권사 다른 지점에서도 대리급 직원 한 명이 같은 이유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사는 『문제의 직원들이 퇴사한 것』이라고만 밝혔으나 증권사 직원들은 『수억원에 이르는 빚을 짊어지고 도피중인 영업맨은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경준·이현두·금동근·윤종구·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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