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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민병욱/신한국당의 「기묘한 전쟁」

입력 | 1997-10-13 20:06:00


신한국당의 요즘 행보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사수(射手)가 표적을 잃고 우군(友軍)에게 총을 쏜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김대중(DJ)국민회의총재가 6백억원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7일까지만 해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10일 DJ한테 돈을 줬다는 10개기업 명단을 「폭로」하면서 신한국당의 행보는 이상해졌다. 당내회의에서 『기업 이름을 공개하면 경제가 죽는다』 『국민회의도 상처를 입지만 우리는 잘못하면 사망한다』는 의견이 주조를 이뤘으나 폭로를 결행했다. 민주정당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은 실종됐고 오히려 한 수 더 나아갔다. 폭로의 주역인 강삼재사무총장은 『이번 싸움은 단순하게 우리당 이회창총재를 당선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DJ같은 사람이 이 나라를 이끌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또 (폭로로) 경제에 다소 피해가 있겠지만 (DJ를 죽이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폈다. 재집권에 목을 매야할 여당이 자당후보의 당선은 뒷전이고 경제 피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이런 엄청난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 이해안가는 집권여당 ▼ 경제 피해는 바로 국민의 피해다.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정당은 필패한다. 선거전문가인 강삼재씨가 이것을 모를 리 없다. 벌써부터 재계를 중심으로 『신한국당은 안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폭로전 이후 DJ 지지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이총재 지지율도 비슷한 폭으로 낮아졌다. 국민이 신한국당이든 국민회의든 누구 손도 들어주지 않았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신한국당 주장처럼 부패 정치인은 도태돼야 한다. 선거때마다 기업돈을 우려내 비밀계좌에 감춰 관리해온 정치인이라면 지지할 국민이 없다. 그런 이가 대통령이 된다면 감옥에 간 두 전직대통령과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란 우려도 옳다. 때문에 신한국당이 1차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돈문제라면 국민은 철저한 검증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신한국당의 「폭로작전」은 현재까진 실패했다. 당대표 등 중진들부터 그렇게 생각한다. 이유가 무얼까. 누구처럼 DJ의 고정표가 굳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는 것은 단견이다. 신한국당이 회심의 노림수로 제기한 2차 의혹이 제살을 깎는 자충수로 돌아왔고 기존의 우호세력마저 적대세력으로 돌리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돈문제로 치면 김영삼대통령과 신한국당도 자유롭지 못한데 이 부분은 스스로 눈감았다. ▼ 애국의 큰뜻이 없다 ▼ 신한국당의 요즘 수를 논개(論介)같은 전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감연히 나를 죽여 적을 죽이려는 모습이 같다는 얘기다. 그러나 논개에겐 애국충절의 큰 뜻이 있었다. 미안하게도 신한국당이 그런 큰 뜻을 품었다고생각하는사람은 거의 없다. 때문에 지금 이 상처뿐인 폭로전을 계속하는 신한국당의 진짜 속셈은 무엇이며 누가 주도하는지 국민은 의심한다. 논개와 함께 죽을 적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뒤에서 득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 한다. 누구인가가 이쪽저쪽 다 치고 정치권 새판짜기를 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신한국당은 이번주부터 증거를 들이대며 DJ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정보를 독점한 집권여당의 힘이 드러날 것이다. 은행계좌를 뒤져 얻은 정보를 쏟아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당은 또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는 의문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여당이 진정 논개 심정이라면 자신의 정치자금 내용부터 공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민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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