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동 골프카트 한 대에 6억원. 금테를 두른 것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골동품도 아닌데 평범한 2인승 중고 카트가 신형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보다 비싸다면 아무도 안 믿겠지만 실제로 홍콩 란타우섬 디스커버리만(灣)에서는 그런 현상이 빚어졌다. 중고 전동카트가 이처럼 비싼 까닭은 환경보호 때문. 부유층이 모여 살고 있는 디스커버리만은 그림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곳. 이 곳 주민들은 홍콩섬 스타페리부두에서 쾌속정으로 30분거리인 이 곳의 맑은 공기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 차량의 운행을 일절 금지시켰다. 따라서 이 곳에 들어오려면 홍콩섬의 주차장에 일단 차를 세워둔 뒤 페리호를 이용, 디스커버리만의 부두에 내려 마을버스나 전용 전동 골프카트를 타야 한다. 그나마 전동 골프카트의 수량도 환경보호를 이유로 엄격히 제한돼 있어 지금 카트 구입을 신청한 주민은 앞으로 5년 후에나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다.중고 카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은 바로 이 때문. 이 지역 거주민 규모는 이미 수천가구를 넘어섰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마을버스와 고작 5백대뿐인 전동 카트를 교통편으로 의존해 살면서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신규 입주자들도 기존 주민이 만들어 놓은 이 규정을 두말없이 따른다. 환경보호는 그 어떤 개인의 불편보다 우선한다는 의식 때문이다. 〈홍콩〓정동우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