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 폭로로 당내외가 어수선한 가운데 11일 열린 신한국당 의원총회는 「총회」라는 형식과는 달리 의원들간에 활발한 토론 없이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일방적으로 비자금 폭로경위를 설명하는 것으로 끝났다. ○…오전 9시경 국회 본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의총은 이한동(李漢東)대표와 목요상(睦堯相)원내총무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강총장이 40여분 동안 비자금 폭로내용과 배경 등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강총장의 설명이 끝난 뒤 단 한 명도 발언신청을 하지 않아 분위기는 다소 맥이 빠졌다. 총회 마지막 순서로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미리 준비한 결의문 채택에 박수로 동의를 표시했다. 한 의원은 『오늘은 좀 활발한 논의가 있을 줄 알았는데 강총장이 너무 비장한 모습으로 열변을 토해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강총장은 김총재에게 돈을 준 기업명단을 공개한 데 대한 당 일각의 우려를 해소시키는 데 목소리를 높였고 그때문인지 회의장 바깥까지 강총장의 고성이 흘러나왔다. 강총장은 『자금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7일의 1차발표나 앞으로 있을 3차, 4차 발표가 의미 없게 되고 검찰은 어떻게 수사에 나서겠느냐』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강총장은 이어 『만약 당에 누를 끼치는 결과가 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역설했다. 강총장은 설명 막바지에 『요즘 우리 집에는 24시간 내내 협박전화가 걸려와 시달리고 있다』며 『집사람이 장을 보러 나가지도 못해 이웃에서 시장도 대신 봐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총장의 설명에 앞서 이한동대표는 『지금 우리는 중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서있다』며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여러 의원들의 지혜와 고견을 모아가면서 과감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촉구했다. 목요상총무는 『남은 국정감사기간중 특정 상임위에 국한하지 말고 전체 상임위가 총공세를 펼쳐 김총재의 위선적 실체를 철저히 규명, 김총재가 반드시 청산돼야 할 정치인이라는 점을 밝혀 달라』며 공격적인 국감활동을 부탁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