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처음처럼 따스하지는 않을지라도 되돌아가고픈 곳,실망도 미움도 따르지만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하는 프랑스 소설 두편이 선을 보였다. 장 드니 브르댕의 「행복은 저기, 길 건너에 있다」(해냄)와 앙드레 셰디드의 「욥의 아내」(열림원). 「행복은 저기…」는 부모의 이혼이 가져다준 두 세계속에서 고통받는 소년을 그려낸다. 사랑은 크지만 냉정한 아버지, 따스하지만 가족의 불행에 더 큰 책임이 있는 어머니. 쥘리앙에게는 집도, 생일케이크도, 여름 바닷가도 모두 둘씩이다. 엄마를 방문하고 올 때마다 딴소리를 꺼내는 아버지. 서로의 관계속에 숨은 가식이 쥘리앙을 아프게 한다. 「그들이 웃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는 것은 오로지 진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권을 되찾으려는 어머니의 결심은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온 이들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간다. 재판정에 불려가 부모의 잘잘못을 증언해야 하는 자기의 처지에 몸서리치는 쥘리앙. 「쥘리앙은 자신이 예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갈릴리 산에 올라가 순교하고 싶었다」.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는 어른들. 쥘리앙의 죽음은 과연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욥의 아내」에서 저자는 구약성서의 구절속에 파묻혀 있던 주인공을 되살려낸다. 신의 시험을 받고 모든 것을 잃은 남편을 향해 아내는 외친다. 『그래도 신을 경배하는 거예요? 차라리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세요』 작가는 그 항거의 말이 신을 부정하는 언어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아내의 강력한 외침을 들은 남편은 분노에 휩싸이지만,그 분노는 그가 몸을 일으키는 힘이 돼 준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욥. 친구도 제자도 그를 외면한다. 오직 아내의 위로만이 그의 황폐를 치유한다. 욥의 아내는 「생산과 치유로서의 모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녀는 다시 여명이 떠오를 거라고 믿었다. 반드시 수액과 생명을 통과하게 해주는 나무껍질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속에서 처럼」. 재난은 물러갔다. 희망과 신뢰가 회복되지만, 이제 늙은 여인, 욥의 아내는 죽음을 향해 다가간다. 아내의 요청에 따라 욥은 춤을 춘다. 그녀가 평생 신뢰와 사랑을 보낸, 춤추며 흔들리는 육체…. 최후의 순간까지 「그녀는 욥의 아내였고, 욥의 아내이고, 욥의 아내일 것이다. 어떤 다른 이름도 원치 않는다」. 일찍이 이런 사랑은 없었다.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