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플레이 매너」 못지않게 「관전 매너」도 중요한 스포츠다. 갤러리의 조그마한 실수 하나에 플레이어가 게임 전체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93년 9월 한성CC에서 벌어졌던 제13회 신한동해오픈 4라운드 9번홀(파4). 우승조에 속했던 필자는 너무 가까이 있던 갤러리가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세컨드샷을 실수, 결국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우승컵은 필자와 동타로 4라운드에 나섰던 최상호프로에게 돌아갔고 필자는 2타차로 공동4위에 그쳤다. 바로 3주 뒤 제2회 SBS최강전에서 우승, 다소 위안을 받았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대회가 늘고 골프인구도 많아졌지만 갤러리들의 관전수준은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다. 함께 대회장에 온 가족을 큰소리로 찾거나 좀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우르르 몰려다니는 행태는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선수들이 라운딩하는 동안 「돌부처」처럼 꼼짝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선수가 어드레스에 들어간 이후만이라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해주어야 한다. 특히 퍼팅때 퍼팅라인 앞에 위치한 갤러리들이 움직이면 집중력이 떨어져 거리감은 물론 방향감도 잃기 쉽다. 갤러리들에게 멋진 플레이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프로선수들의 의무지만 그것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갤러리들의 몫이다. 권오철(프로골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