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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문철/美차관보의 「고압적」 회견

입력 | 1997-09-12 21:22:00


11일 오후 외무부에서 열린 스탠리 로스 미국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의 기자회견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자리에 앉은 사람으로서 그의 한미 양국의 현안에 대한 발언은 고압적인 것이었다. 특히 그의 거침없는 직설적인 화법은 그가 불과 두주일 전에 정식임명된 신임차관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상대편을 의식해야 하는 외교관의 발언으로는 문제가 있었다. 로스 차관보는 우선 미국이 경수로비용을 분담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경수로 건설에 드는 비용은 부담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거침없이 「직격탄」을 날렸다. 그의 이런 태도는 한미자동차협상과 관련한 답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그는 국무부가 통상문제에 앞장서지 않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혀 설득력없는 논리로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을 촉구했다.그는 『96년 한국에서 팔린 미국자동차가 4천대에 그쳤고 97년에는 더 낮아지고 있다』며 한국시장에서의 미국자동차 판매저조를 한국의 탓으로 돌렸다.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이 원래 미국측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 한국시장에서 미국자동차의 경쟁력이 유럽차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96년 한 해 동안 국내에 들어온 외국산차는 2만5천대였고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제보다 유럽제를 선호했다. 반면 그는 미국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무려 1년간 중단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SOFA) 개정협상 재개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가 과연 자신의 태도가 한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그리고 그것이 향후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봤는지 묻고 싶다. 문 철(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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