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은 경제부문에서는 자본주의 요소를 과감히 도입하겠으나 정치부문에서는 서방정치제도의 모델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주석은 자신의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하기보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이론을 「지도사상」으로 계승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사상은 덩이론보다 하위개념인 「지도지침」으로 설정했다. 장주석의 정치보고는 「덩샤오핑 이론의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사업건설을 21세기를 향해 전면추진한다」는 긴 제목이 붙은 61쪽의 분량이었다. 경제분야를 제외한 정치보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치체제개혁 ▼ 장주석은 『인민대표대회 등 기존 정치제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히고 『당의 영도와 사회주의제도의 견지』를 강조했다. 장주석이 밝힌 정치체제개혁은 법제화의 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도자의 변화에 따라 제도와 법이 바뀔 수 없다』고 강조한 장주석은 2010년까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법률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사법부독립을 위한 재판권 및 검찰권의 제도적 보장, 인사제도 공무원제도의 확립, 감사제도 등의 완비를 제시했다. 중국의 전통적 인치(人治)제도가 빠른 속도로 법치제도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 통일외교 ▼ 장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서 양안의 적대상태를 정식으로 종결시키고 협상을 진행할 것』을 다시 제의했다. 대만과의 평화통일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도 외국세력이 대만독립을 도모할 경우 무력사용의 포기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했다. 장주석은 『홍콩반환 이후 대만문제의 해결에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으나 대만내 독립주의자와 외국세력의 간섭으로 장애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정책의 기본노선은 패권주의 및 강권정치의 반대로 요약된다. 장주석은 『군사동맹의 확대강화가 평화유지와 안전보장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며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대국이나 국가집단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군비경쟁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 3년내에 50만병력 감축방침을 밝혔다. ▼ 21세기 전망 ▼ 장주석은 국민총생산 목표를 2010년까지 2000년의 배로 늘려 인민생활을 더욱 여유있게 하고 비교적 완전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공산당 창건 1백주년(2021년)에는 국민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각종 제도를 더욱 완전하게 하고 건국 1백주년(2049년)에는 기본적으로 현대화를 실현, 부강하고 문명화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중국이 완전한 사회주의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자체진단에서 나온 용어. 생산력이 낙후하고 상품경제가 충분히 발달되지 않아 아직은 경제사정이 열악하다는 뜻. 덩샤오핑(鄧小平)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된 이후인 79년 11차 당대회 3차 중앙위 전체회의(11기 3중전)때부터 중국의 역사적단계를 이같이 규정했다. 사회주의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초급단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장경제요소의 도입과 개혁개방정책이 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초급」이라고 했지만 사회주의 단계에 들어서서 도약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함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