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경수로비용 분담않겠다니…

입력 | 1997-09-12 20:07:00


미국 정부가 경수로비용 분담에 공식적으로 불가(不可)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비용분담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한 것은 유감이다. 그동안 미국이 대북(對北) 경수로비용 분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7월 취임한 스탠리 로스 미국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가 11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책임있는 미국 정부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이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힘에 따라 미국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경수로비용 분담문제는 이 사업이 시작된 94년부터 줄곧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회원국인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이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다만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고 일본이 「상당한 기여」를 하며 미국은 대북 대체에너지용 중유제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되 경수로비용 자체에는 「상징적 기여」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경수로사업은 지난달 19일 북한 금호지구에서 부지공사에 착공함으로써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비용분담문제도 이제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구체화해야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당초 30억달러 정도로 추산했던 경수로비용은 그 두배인 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변했는데도 일본은 10억달러 정도를 부담하는 선에서 그치려하고 미국은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한다면 말이 안된다. 한국이 경수로비용 분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기로 한 약속은 물론 지켜야 한다. 그러나 한국을 「봉」으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두배가 넘게 늘어났다면 그같은 상황변화에 걸맞게 비용분담도 조정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한국에만 부담시키려는 것은 옳지 않다. 경수로사업은 당초 북―미(北―美)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시작된 것이다. 한반도 전쟁방지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미국자체의 안보이해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업인 것이다. 미국은 합리적인 선에서 경수로비용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한국 미국 일본 및 유럽연합(EU)의 국제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경수로사업에서 일본과 EU의 적극적인 참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경수로 비용을 분담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 천명이 중유비용부담에 한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거나 앞으로 비용분담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지만 그 어느 경우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용분담협상을 합리적으로 매듭지음으로써 경수로사업이 중단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주된 책임은 KEDO사업의 사실상 주도국인 미국에 있다. 미국의 재고를 촉구한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