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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스프링필드 중학교 3학년인 순다르만(16)은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햄버거와 콜라를 좋아하는 순다르만은 학교측이 마련한 2주간의 「직업현장교육」에 지원, 「버거킹」햄버거 가게에서 일할 기회를 가졌던 것. 빵을 준비하고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스테이크를 굽는 등 음식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테이블을 치우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일도 경험했다. 이 일로 순다르만은 얼마간의 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용돈보다는 학교에서 책을 통해서만 배웠던 직업인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일하는 동안 사회인이 됐다는 기분을 느꼈다』며 『특히 고객들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알게 됐고 고객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교육부와 중고교들은 이처럼 학생들에게 방학 동안 어른들의 직업세계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공장과 서비스업체 등 현장을 방문하거나 직접 직업현장에 참여, 노동의 가치를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스프링필드 중학교는 지난해 2학년 학생 40여명을 가전제품 공장의 노동조합이 운영하는 탁아소와 버거킹 햄버거 가게에 파견했다. 고교생들에게는 좀더 구체적인 직업현장교육이 실시된다. 라플스 고교는 지난해 50여명의 학생들을 「에이엠」 TV회사와 싱가포르 국립병원, 싱가포르항공사에 보냈다. 이곳에서 TV 제작과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비행기 모의 조종석에 앉아 조종사 훈련을 했다. 이 학교 훈육주임인 양유화(35)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직업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것에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립병원에서 일했던 이셔윙(18·여)은 『이 과정을 통해 직업인의 행동규칙을 배웠다』며 『그중 중요한 것은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대담하게 물어야 하고 공손해야 하며 항상 행동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라살대학부속중학교는 지속적인 직업상담을 실시, 학생들이 어릴때부터 일에 대한 가치관을 기르고 직업인으로서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유도하고있다. 기자가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내 한 상담실에서는 3학년 알리스터(17)가 상담교사 그레이스(34·여)와 마주앉아 진로문제를 상담하고 있었다. 내년이면 졸업반인 그는 사업가나 회사원 등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지난해 그는 그레이스에게서 방송기자 변호사 의사 컴퓨터기술자 등 전문직종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알리스터는 『3년 동안 그레이스선생님과 상담을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내 적성과 흥미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정도』라며 『상담을 하면 진로문제에 대해 막연했던 생각들이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상담센터에는 15명의 전문 상담교사가 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1대1로 진로문제를 상의할 수 있다. 특히 상담교사가 한 학년을 맡게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졸업할 때까지 이 학생들을 계속 관찰하고 상담을 담당한다. 상담센터의 에마(35·여)부소장은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친밀해지면 상담의 효과는 그만큼 커진다』며 『그러나 교사는 도움을 줄 뿐 결정은 어디까지나 학생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마닐라〓신석호기자〉